증시가 랠리를 즐긴 뒤 좌우를 둘러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세 상승 전환 과정이라는 의견이 다수론을 형성한 가운데 단기 유동성 장세를 마감하는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양쪽이 모두 나름대로 논리를 가지고 있어 쉽사리 어느 편에 서기를 주저케 한다.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경제는 비관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장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당초 추계된 0.4%보다 더 위축되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피터 후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일 나온 무역수지 통계를 바탕으로 GDP가 3분기에 1.5% 위축됐으리라고 추정했다. 지난 9월 무역적자가 187억달러로 전달보다 31%나 줄었지만 이는 테러사태 이후 해외에서 110억달러나 되는 보험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GDP와 무관한 보험금 유입을 제하면 적자가 297억달러로 늘어나 당초 3분기 GDP를 추계할 때 예상한 260억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또 OECD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기는 하겠지만 성장률은 올해 1.1%보다 낮은 0.7%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0월 경기선행지수가 0.3% 상승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최근의 주가 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따라서 경기선행지수를 다시 주가 상승의 근거로 삼기는 석연찮다. 기술적으로는 20일 장중 지수 변화가 20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긴 장대음봉을 그렸는데, 과거 경험상 이것이 유동성 랠리를 마감을 예고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의 매수세도 시원찮았고 최근까지 삼성전자 등 기술주 상승에 큰 도움을 줬던 반도체 가격 상승도 일단락됐다. 반면 호재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국내 경기와 관련해 긍정적인 재료가 점차 늘고 있다. 3분기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당초 1% 미만의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정부 관계자는 1.5% 이상 성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OECD는 국내경제가 올해 2.0%, 내년 3.2%의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전망은 올해 2.2%, 내년 4.0%로, OECD의 전망보다 더 밝다. 이 은행은 최근들어 계속되고 있는 유가 하락추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면 경기 회복 시기는 더 빨리 올 것이라 덧붙였다. 최근 S&P가 주요 개발도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투자신용등급 격상했듯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외국계 투자자의 시각 또한 긍정적이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탈레반이 UN측에 항복을 통보하는 등 국제 정치적 환경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 우리 증시에도 긍정적이다. 이렇듯 향후 전망과 관련한 엇갈린 정보로 혼란스럽지만 그나마 위안을 주는 증시 격언이 있다. “모든 악재가 사라졌을 때는 이미 상투”라는 말이다. 가장 보수적으로 볼 때도 당장의 주가 하락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이 같은 격언에 충실할 때의 위험성을 상당 부분 줄여준다. 과거 경험상 유동성 장세의 상투때는 보통 두달 연속 월봉상 양봉을 기록한 후에는 시장이 급격하게 약세로 반전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남은 7거래일 동안 지수가 70포인트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11월에도 월봉이 음봉으로 반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9년 8월 한번을 제외하고는 93년 이후 지금까지 월봉상 두달 이상 상승한 다음 달에는 단기랠리에 그칠지라도 최소한 전달의 고점에 육박하는 매도 기회가 있었다. 신진호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런 이유로 “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대신 기관이 장세를 주도할 가능성을 대비, 삼성전자나 SK텔레콤과 같은 외국인 선호주 대신 최근 상승폭이 적었던 저가 대형주 위주로 공략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