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만큼 유행에 둔감한 것도 없다. 오랜기간 모양이나 구조의 변화없이 색깔,디자인 또는 브랜드에 따른 선호도의 변화가 유행을 대신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숏스키,모노스키,스노블레이드 등 다양한 종류의 스키가 선보이기 시작했고,지금은 카빙스키가 세계 스키시장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유행의 선이 뚜렷해진 것. 올해는 플래시스키가 눈길을 붙잡고 있다. 플래시스키는 카빙스키의 변종으로 숏컷스키(short cut ski)라고도 불린다. 카빙스키와 숏스키를 혼합해 놓은 것으로 보면 되는데 초보자들이 타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플레이트 길이가 짧다. 보통 스키는 자기 키 보다 15cm 정도 긴 것을 사용하는데 비해 플래시스키는 1백~1백30cm에 불과하다. 차 트렁크에 가뿐히 넣을 수 있는 길이이다. 때문에 스키캐리어가 따로 필요 없고 어깨에 메고 다닐 수도 있다. 이처럼 길이가 짧아 남녀노소 모두 부담없이 카빙스키를 배우는데 유용하다. 특히 어린아이와 여성들에게 적합하다는 게 스키전문가들의 설명. 초보자뿐만 아니라 중급이상의 실력을 갖춘 스키어들도 빠른 터닝에 속도감도 만끽할수 있다. 플레이트가 넓어 몸의 중심이동만으로도 자연스레 회전할수 있으며,조작 또한 쉬워 스키를 타는 도중 두 발이 V자형으로 모아지는 것도 특징. 플래시스키는 또 전문가들이 하프파이프에서 묘기를 보여주는데 쓰이기도 한다. 바인딩도 일반 바인딩 대신 스키 묘기팀인 데몬드트레이터들이 주로 사용하는 바인딩을 사용한다. 바인딩의 조절 역시 2백20mm~3백mm까지 가능해 한대의 스키로 온가족이 모두 사용할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신제품치고 가격부담도 덜해 넷포츠 등 인터넷업체를 통하면 40만원정도에 플레이트세트를 구입할수 있다. 최근 유럽이나 북미지역 등 스키 선진국에서는 플래시스키로 스키를 배우기 시작하며,배운지 2시간만에 패러렐기술을 구사할 정도라고 전해지고 있다. 국제적인 스키공인기관인 캐나다스키인스트럭터협회(CSIA)등은 이미 수년전에 플래시스키가 차세대 강습장비로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예견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스키장에 가면 플래시스키를 타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깜찍한 디자인도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가들이 스키보드 용도로 플래시스키를 애용하는 사례도 많다. 캐나다 휘슬러스키장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양성철씨는 "캐나다에서는 여성이나 초보자를 중심으로 플래시스키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디자인은 물론 기능성 때문에 초보 여성스키어들에게 많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카빙스키가 일반화되면서 카빙스키를 배우려는 스키어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추세"라며 "카빙스키를 쉽고 빠르게 배우기 위해 먼저 플래시스키를 선택하는 초보스키어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