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합병 회오리] 신한.한미銀 "파트너 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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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제일은행간 합병 추진 사실이 밝혀지자 신한 조흥 외환 한미 등 다른 시중은행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들 은행은 합병을 서둘지 않으면 군소은행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덩치키우기 전략을 적극 모색중이다.
특히 앞으로 규모를 더 키워야 하는 신한과 한미은행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또 서울은행 인수를 원하고 있는 조흥 외환은행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하나와 제일은행의 합병 추진이 은행권 "제2 빅뱅"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다.
이에 따라 금년말을 전후해 금융계에선 생존을 위한 은행간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긴장하는 "신한"=지난9월 신한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킨 신한은행은 하나와 제일은행의 합병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두 은행이 합병하면 자산규모가 78조원을 넘는 대형은행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외형면에서 신한은행(52조원)을 앞지르게 된다.
신한은행은 통합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한빛은행)에 이어 최소한 국내 3위권은 유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때문에 제주은행의 자회사 편입 등 지주회사 정비를 연내 마무리하는 동시에 다른 은행과의 합병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인호 행장은 "신한금융지주회사가 규모에서 열세라면 유연성을 갖고 합병 등 대형화 작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합병 파트너는 시너지 효과를 통해 은행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상대라면 어디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의 경우 이미 지주회사를 설립한데다 경영내용도 상대적으로 우량해 다른 은행보다 유리한 입장이란 게 금융계 분석이다.
"한미"는 암중모색중=한미은행은 표면적으론 "당분간 내부 체질강화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말 하나은행과 합병을 추진했다가 대주주인 미국계 칼라일펀드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다.
하영구 행장은 "경영전략 차원에서 합병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선 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규모를 키우는 것 보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원칙들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산규모가 34조원으로 덩치가 작은 한미은행이 계속 "홀로서기"를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미은행은 내부적으론 다양한 짝짓기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은행 노리는 "조흥"=조흥은행은 일단 정부가 매각키로 한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현재 주가가 액면가(5천원)를 밑돌고 있어 당장 우량 은행과의 합병은 어렵기 때문이다.
위성복 행장은 "여러 상황을 감안할때 서울은행과 합병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서울은행 인수를 추진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위 행장은 "내년중 지주회사를 설립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라며 "그 경우 서울은행을 사무수탁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자회사로 둘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일부에선 조흥이 서울을 인수하면 공적자금 회수에 불리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흥은 연말까지 경영개선목표를 달성하고 서울은행을 인수한 뒤 주가가 액면가를 넘으면 해외 G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해 정부로부터 받은 공적자금을 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도 서울에 관심=외환은행도 내심 서울은행 인수를 추진중이다.
그동안 부실채권 부담으로 합병은 엄두도 못냈던 외환은 하이닉스 처리가 어느정도 마무리되자 서울은행 인수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서울은행이 추가 부실요인만 없다면 인수할 의사가 있다"며 "공적자금을 받은 조흥은행보다는 코메르츠방크 등 외국자본이 들어와 있는 외환이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고 말했다.
외환은 그러나 정부와 약속한 금년말 경영개선계획을 달성하고 내년초에나 서울은행 합병을 본격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