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변 강화, 추수시기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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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연 5.89%까지 치솟아 넉달여중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13일 이후 8개월여중 최저인 1,276.80원에 마감했다.
22일 발표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을 자극한 것. 금리와 환율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최근 주가 급등도 한 몫 거들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보합권에서 머물다 뒷심을 발휘, 일중 고가를 종가로 삼아 620선에 안착했다. 국내외 여건이 여전히 우호적인 데다 외국인 매수, 은행합병 등 수급과 재료가 더해졌다.
◆ 강화된 밑변 = 종합지수가 이틀간의 조정을 거쳐 방향을 틀었다. 이날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9.11포인트, 1.48% 높은 624.56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고점 돌파에 실패한 이후 자연스러운 조정과 반등의 과정이 겪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특히 조정 장세에서 맞이한 뉴욕증시 하락과 프로그램 매도를 견디면서 일궈낸 상승이어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이에 따라 수급과 심리가 '조정위험'에서 탈피, 하방경직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단기 심리선인 5일 이동평균선이 한 차례 붕괴되기도 했으나 16일 연속 상승세를 이었다. 단기 추세선인 20일 이동평균선은 29일째 위를 향하며 지지수위를 높이고 있다.
증시는 그러나 곧바로 전고점 돌파를 시도하기보다는 에너지 비축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목요일 뉴욕증시가 추수감사절로 인해 휴장함에 따라 외국인 매수 강도 약화가 예상된다.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베이시스 추이도 부담스럽다.
종합지수는 부담스러운 고점과 강화된 밑변 사이에서 좁은 등락이 예상된다. 지수관련 대형주 보다는 선도주로 떠오른 금융주와 국민연금 투입에 따른 중소형 실적주를 중심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의 힘이 상승에 방향을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면서도 "전고점 돌파를 위해서는 경기와 관련된 보다 확실한 신호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동성에서 펀더멘털로 = 국내외 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돌게 나면서 금융시장 관심은 펀더멘털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경기선행지수가 보합세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상승한 데 이어 소비자신뢰지수가 개선됐고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4주 연속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3/4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1.8%를 기록했다. 당초 1% 안팎이 될 거라던 한은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 이는 지난 98년 4/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경기가 바닥에 다다랐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에 경기회복 신호가 더해질 경우 증시에는 더할 수 없는 모멘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감이 현실로 나타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판단이다. GDP 성장률에 날씨나 추석 등 불규칙한 변수가 포함됐고 수출과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10월 산업생산이 11년중 최대 감소폭을 보인 가운데 기업 실적 개선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호조를 보인 지표도 미국 테러로 인한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증시는 유동성의 힘을 빌려 악화된 펀더멘털을 애써 외면해 왔다. 반면 경기회복은 30% 이상 급등하는 동안 유입된 기대감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를 무시하고 미래만 바라볼 수 있을 지 궁금하다.
◆ 은행주를 보자 = 금융주가 재상승을 위한 채비를 갖췄다. 금융주는 최근 급등의 한 축을 이뤘다. 그러나 보험, 은행, 증권 순으로 매기가 돈 이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 제일은행의 합병설은 다시 금융주가 선도주로 나서게 했다. 이날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시중은행들이 합병 논의를 광범위하게 광범위하게 벌이고 있다"며 "하나, 제일외에 신한, 한미, 조흥,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1∼2건의 합병이 추가로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위성복 조흥은행장이 공개적으로 서울은행과의 합병의사를 타진했고 국민은행의 대우증권 인수설과 증권사간 합병이라는 오랜 재료도 더해지면서 은행합병에서 금융 구조조정으로 확산됐다.
이같은 활발한 금융사간의 '짝짓기' 논의는 실제 성사 가능성과 효과를 뒤로해도 당분간 금융주와 지수에 긍정적인 동인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합병재료' 외에 은행의 경우 뚜렷한 실적 개선 추세가, 증권은 거래대금 증가세가 수반돼 있는 데다 채권 투자메리트 감소 등에 따른 유동성 장세 도래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오성진 수석연구원은 "고객예탁금 증가, 풍부한 기관 매수 여력, 국민연금 등 대기매수세가 버티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주를 비롯한 업종대표주로의 매수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장세에서 매수의 기본은 가격메리트"라며 "삼성증권, 국민은행 등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에 오른 종목보다는 대신증권, 신한지주 등 후발주자와 재료보유주를 중심으로 공략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