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지업체들이 세계 제지업계의 조류인 인수합병(M&A)을 외면, 국제 무대에서 만년 '꼬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제지펄프 전문잡지인 PPI에 따르면 세계 50대 제지회사 반열에 한국 회사는 단 한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솔제지가 52위,무림그룹이 79위, 대한펄프가 1백16위, 한국제지가 1백30위에 그쳤다. 그나마 연간 제지 생산량이 1백만t을 웃돌아 밀리언 토너스 클럽에 포함된 한솔제지도 생산량이 지난 99년 1백14만t에서 지난해 1백11만t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세계적 제지회사들은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를 시도, 중소 제지업체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지난해 9위 업체인 조지아 퍼시픽사는 6위였던 포트 제임스사를 인수, 올해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8위였던 니혼제지와 20위 다이쇼와제지가 합병한 니폰 유니팩 홀딩스도 규모를 세계 6위로 키웠다. 제지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제지업체들도 덩치를 키울 기회가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98년 중국 1위 회사인 APP가 국내 업체에 자사 매입을 제의했으며 워크아웃중인 신호제지도 M&A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국내 1위 업체인 한솔제지는 정보통신 부문 등에 대한 투자로 자금 여력이 없었고 다른 업체들도 전근대적 경영에 머물러 몸집 불리기를 등한히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제지업체 임원은 "오는 2004년부터 외국 대형제지사 상품이 무관세로 들어오면 그만그만한 한국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