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뉴욕 월가 금융기관들이 미국의 3분기(7~9월)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내놨다. 실제 성장률이 발표되기 하루 전이었다. 추정치들은 마이너스성장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했지만 숫자는 제각각이었다. JP모건체이스가 마이너스 2.5%, 살로먼스미스바니 마이너스 2%,UBS워버그 마이너스 1%,뱅크오브아메리카 마이너스 0.8%,메릴린치 마이너스 0.6%였다. 다음날 미 정부는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4%라고 발표했다. 10월30일이면 3분기 중 이뤄진 경제활동의 지표들이 거의 다 공표된 시점이다. 금융기관들이 성장률을 추정할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해 분석하고도 남을 시기였다. 그런데도 제대로 예측한 곳은 없었다. 경기예측의 어려움을 새삼 일깨워 주는 사례다. 복잡한 경제활동과 시시각각 변하는 수많은 해외변수들로 경기예측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점보는 수준의 예측'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예측치는 정부와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정책과 계획의 토대가 되기에 정확한 예측은 필수적이다. 예상과 실제 간의 괴리로 권위있는 기관의 전망조차 종종 시장에서 무시당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미국 성장률 예상치를 2개월 전의 2.2%에서 0.7%로 대폭 낮춘 지난 15일 미국주가와 달러가치는 오히려 올랐다. 금융시장은 실업수당 청구자수와 기업재고가 감소했다는 정부 발표만 재료로 받아들이고 IMF의 경기전망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21세기의 첫 해가 저물고 있다. 희망 속에서 출발했던 2001년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지금,국제기구들의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최종 수정 전망치가 모두 나왔다. IMF 2.4%,세계은행 1.3%,유엔 1.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 등이다. 작년 이맘때 이들은 지난해 세계경제성장률을 4∼5.2%로 예상했다. 그리고 올 초에 작년 성장률은 4%로 집계됐다. 국제기구들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예상치 중 과연 어느 것이 적중할까. 아니 적중치가 있기는 할까. 2001년 성장률이 공식 발표될 내년 봄에 이들의 예측실력을 한번 평가해 보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