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술시장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비례해 "거대시장"으로 용틀임하고 있다. 1989년 톈안먼사태 이후 예술표현에 대한 자유가 어느정도 허용되면서 국제적 작가들이 해마다 늘고 있고 다국적 기업과 해외미술관들을 중심으로 중국작가들의 작품 수요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는 적어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는 유지되리라는 전망이다. 오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리는 "5인의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가"전은 중국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소개하는 기획전이다. 쩌우 춘야(46),왕 광의(44),유에 민쥔(39),쩡 하오(38),쩡 판즈(37)등 30대 후반에서 40대초반의 젊은 작가들이다. 이들은 톈안먼 사태 후 각광받는 중국 전위미술의 선두주자들이다. 제47회 베니스 비엔날레 때부터 각종 국제미술전에서 중국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중국 현대미술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전통과 현대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아트사이드 큐레이터 윤재갑씨는 "사회주의 리얼리즘,독일의 표현주의,미국의 팝 아트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톈안먼사태와 문화혁명이 배어있는 지극히 중국적"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의 미술평론가 리 시엔 팅은 톈안먼사태 이후의 특징을 '정치적 팝아트(Political Pop Art)'와 '냉소적 사실주의(Cynical Realism)'로 요약했다. 왕 광의는 정치적 팝아트를 이끈 작가다. '대비판(大批判)' 'Visa'시리즈에서 문화혁명기의 정치선전 포스터 이미지와 자본주의의 유명 브랜드를 한데 묶어 사회주의 정치노선과 자본주의 소비욕구가 공존하는 중국 현실을 시니컬하게 그려냈다. 유에 민쥔은 '냉소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우스꽝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물들로 화면이 꽉 차 있지만 그 웃음속에는 냉소 허무,인간에 대한 조롱,톈안먼사태 이후 중국의 상실감 등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쩌우 춘야와 쩡 판즈는 독일 표현주의 방법론을 차용해 작업하는 작가다. 쩌우 춘야의 대표작인 '녹색 개'시리즈는 생리적 욕구처럼 몸에 배어있는 자본주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는 이번 한국전시가 끝난 후 이탈리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쩡 판즈의 '가면'시리즈도 얼굴을 철저하게 가린 인물 표정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내면의 고독,외로움을 다루고 있다. 쩡 하오는 고도 경제성장기에 들어선 중국의 내부풍경을 생경한 눈으로 관찰한 작품을 선보인다. 인간과 사물을 미니어처처럼 축소 변형시켜 중국사회의 변혁속에 점점 소외되어가는 나약한 인간들의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다. (02)725-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