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유로화 통용이 한국 등 역외 기업들에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간 단일 통화인 유로화의 통용으로 역내국간 환율 리스크가 사라지고 그에 따른 유럽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감소에 힘입어 역내 교역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새로운 무역장벽의 가능성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유로화 통용에 대한 대응' 자료에서 유로화 통용에 따른 거래방식 변화가 벌써부터 수출거래 등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로화로 표시된 수출입 신용장 및 외화예금 계좌 개설이 보편화될 조짐이고 내달부터는 대부분 은행이 유럽지역으로의 송금을 유로화로만 취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시스템 전반에 걸쳐 손질이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유로랜드' 12개국이 유로화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뒤따를 변화는 이 뿐이 아니다. 역내 상품의 가격이 똑같게 조정되는 과정에서 역외 기업들도 수출가격 인하가 불가피해졌다. ◇ 국제 금융거래 변화 =유로화 통용은 세계 금융시장에도 커다란 지각 변동을 불러올 조짐이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자금 조달 방식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금융회사의 외화자산 보유 패턴에도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은행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유럽 금융시장은 지난 99년 장부상의 화폐이긴 하지만 유로화가 도입된 후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로화 채권이 차지한 비중이 26%에 달했다. 98년(19%)에 비해 7%포인트나 높아졌다. 최근 들어선 유로화 회사채의 신규 발행액이 달러화 회사채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수출대금 등 대외지급 결제에서의 유로화 사용비중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전세계 상품 및 서비스 교역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결제통화 비중은 아직 15∼17%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 3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의 유로화 결제비율(유로지역과의 교역 기준)도 현재의 30%에서 조만간 6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권해룡 통상교섭본부 경제기구과장은 "유로화 통용이 가져올 국내외 금융 및 교역여건 변화가 일반의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다"며 "한국은행 등과 협조해 분야별 홍보대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