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는 김치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와 서구 가전제품인 냉장고 기술을 접목시킨 문화상품이다. 김장독에 김치를 보관한 선조들의 지혜를 현대적 공조기술에 접목한 제품이 바로 김치냉장고다. 국내 최초의 김치냉장고 '딤채'를 개발한 만도공조도 항아리를 땅 속에 묻고 볏짚으로 덮는 선조들의 김치관리 기술에 착안해 제품을 만들었다. 김장했을 때의 김치 맛을 그대로 유지해 주기 위해 입체냉각을 하는 직냉각방식도 서구식 냉장고의 냉각방식과 다른 점이다. 김치냉장고는 김치뿐만 아니라 야채 과일 생선 육류를 얼리지 않고 장기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냉기 유출을 최소화하고 항습을 유지하는 기능도 김치냉장고만의 특징으로 음식의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해 준다. 반면 건조음식이 대부분인 서양의 음식문화에 맞춰 설계된 일반 냉장고는 국물음식이 많은 한국에는 부적합하다. 또 내부온도가 10도씩이나 편차가 나는 일반 냉장고에선 김치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없다는 점도 김치냉장고가 탄생한 배경이다. 김치냉장고의 품질은 영하 1도를 얼마나 일정하게 유지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김치냉장고 자체가 김장이 끝나는 12월 초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땅 속 온도가 영하 1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한국적 토양의 특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해 주느냐에 따라 품질이 좌우된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김치 특유의 상큼하고 개운한 맛을 내는 주된 요인은 '류코노스톡(Leuconostoc mesenteroides)'이란 유산균의 개체 수이며 이 유산균은 영하 1도에서 가장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치 맛의 비결이자 김장독에 숨겨진 '영하 1도의 비밀'이 바로 이 유산균의 개체 수다. 류코노스톡은 탄산가스(CO2)를 생성, 김치의 상쾌한 맛을 내며 덱스트란(Dextran)이란 식이섬유를 생성하여 장운동을 촉진시키고 변비를 예방한다. 또 장내 산도(PH)를 낮춰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고 장운동을 촉진하며 면역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영하 1도에서 보관한 김치가 가장 맛이 좋고 장운동과 면역력 증강 및 다이어트 효과도 높은 셈이다. 12월 하순 이후 2월까지 우리나라의 땅속 30cm 온도인 평균 영하 1도에서 김치를 보관할 경우 류코노스톡이 생존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되고 이 기간동안 선조들은 겨우내 시원하고 상큼한 김치맛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김치냉장고는 한국의 대표적 발효식품인 김치의 보관수단인 김장독의 이러한 원리를 구현한 것이다. 김치냉장고의 인기 열풍에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이같은 김치냉장고의 원리가 자리잡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