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체와 콘텐츠 제공업체(CP)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다. CP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이동통신업체의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빛을 발하게 된다. 이동통신업체는 또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기보다 아웃소싱하는 편이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 CP들의 콘텐츠를 거저 사용하려고 했던 이동통신업체들이 최근 CP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올바른 선택이다. 그런데 이통업체와 CP들간에 예전의 '약탈-수탈' 관계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이동통신업체 K사.이 회사는 이달초부터 퀄컴의 무선인터넷 플랫폼 '브루(BREW)'를 탑재한 단말기를 시판했다. 'CDMA칩에 이은 또 한번의 기술종속'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 K사는 브루 채택을 밀어붙였다. 선발업체에 대항하려면 무선인터넷과 데이터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K사는 브루가 조기에 성공을 거두려면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기존 콘텐츠를 능가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나와야 한다고 판단,최근 CP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는 "내년에 20만원대 브루 단말기 3백만대를 시장에 풀 계획"이라며 브루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독려했다. 브루의 성공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CP들에게 K사의 강력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문제는 K사 내부에서는 '20만원대 브루 단말기 3백만대'란 전략이 한번도 고려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K사 관계자는 "현재 34만원짜리 컬러폰을 개발,판매하고 있지만 부품 수입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20만원대 컬러폰은 내년에도 개발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또 "20만원대 컬러폰 기획을 위한 부서간 회의도 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전략이나 방침을 결정하지도 않고 근거없는 얘기로 CP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CP들은 대부분 직원수 10명 이내의 영세업체들이다.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잘못했다가는 한번에 망하기 일쑤다. 이런 식으로 CP들을 유인하는 K사를 보면 '악어새를 잡아먹는 악어'란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장규호 IT부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