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의 기세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갈수록 강해지는 반면 기관의 매도 공세도 좀처럼 멈출 줄 모른다. 그동안 기관 편에 서서 매도로 일관하던 개인은 26일 순매수로 돌아서며 슬그머니 외국인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주가는 지난 주말에 이어 이틀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들어 나타났던 지난 1월과 4월의 랠리도 오로지 외국인에 의한 '외끌이 장세'였다. 이번 랠리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지난 1월과 4월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심상치 않다며 외국인의 매수 행진이 지속될 경우 주가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제 기관이 갖고 있는 주식이 별로 없어 개인이 '사자'에 가담할 경우 주가는 의외의 상승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외국인의 힘 =외국인은 지난 9월2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거래소시장에서만 2조7천9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같은 매수 규모는 지난 1월 랠리(2조5천2백18억원) 및 4월 랠리(2조3천9백44억원)와 비슷했다. 그래서 대부분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이 일단락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26일 상황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이날 2천8백65억원 어치를 순매수, 지난 5월22일(3천18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국인이 줄기차게 한국 주식을 매수하고 나서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분석된다. 우선은 세계적인 유동성 잉여현상이다. 지난 9월11일 테러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유동 자금이 증시로 급속히 몰려들고 있다. 미국 뮤추얼펀드는 3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둘째 한국 주식에 대한 재평가(re-rate)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그동안 한국 주식을 매력적으로 보기는 했지만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으로 인해 투자를 망설였다. 그러나 "한국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핵심 블루칩을 중심으로 재평가 작업을 벌이는 것"(강신우 굿모닝투신 상무)으로 보인다.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MSCI지수 조정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현재 MSCI지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2.7% 가량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변경된 지수를 적용할 경우 1.3%를 오히려 적게 갖게 된다. 이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장동헌 SK투신 운용본부장)이란 분석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 기관의 매도 공세 =기관투자가는 이번 랠리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지난 9월2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6천4백62억원 어치를 순매도, 눈총을 받았다. 이날도 2천8백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의 매도 공세는 두가지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첫번째는 잘못된 전망이다. 기관투자가는 주가가 550선에 올라서자 조정을 거칠 줄 알고 주식을 팔았다. 그러나 주가가 계속 오르자 섣불리 '사자'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법인과 연기금 등의 환매 공세도 기관의 매도를 부채질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 펀드 수익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자 연말 결산을 앞둔 법인 및 연기금이 환매를 요청함에 따라 할 수 없이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현대투신에만 2천1백억원의 새마을금고 환매가 들어와 기관 매도 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 개인의 선택 =개인은 이번 랠리에서 지난 23일까지 1조3천4백23억원 어치를 순매도, 기관과 발을 맞춰 왔다. 그러나 이날은 4백90억원이 넘는 순매수로 돌아서 외국인이란 '말(馬)'에 올라타는 기미를 보였다. 만일 개인이 본격적으로 '사자'에 나설 경우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과 상승 효과를 가져와 연내에 종합주가지수가 700을 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