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가 공식 선언된 26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의회에 경기부양책을 빨리 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경제가 이미 침체기에 들어선 마당에 부양책을 놓고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부양책이 확정돼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 경제조사국(NBER)은 "미 경제가 지난 3월 침체(recession)기로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증시는 올랐다. 침체 선언은 곧 회복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또 침체 진입은 몇달 전부터 예견돼 온 낡은 뉴스이기에 악재가 되지 않았다. ◇ 왜 3월인가 =NBER는 "고용 상태가 정점을 이루고 제조업 불황이 경제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이 3월이었다"며 3월을 침체개시 시기로 잡은 까닭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연속 2분기 이상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일 때를 침체라고 한다. 그러나 NBER의 평가 방법은 다르다. 분기 대신 월간 기준으로 평가하며 분기별 성장률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많은 경기지표 중 △고용 △개인소득 △산업생산 △도.소매판매 동향의 4개 지표를 월별로 파악, 침체 여부를 판단한다. NBER는 미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경기순환 분석 및 발표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비영리 민간기구이다. ◇ 3월의 의미와 전망 =이번 침체 선언으로 미국은 2차대전 후 열번째 침체에 빠졌다. 이에 따라 지난 91년 3월 시작된 사상 최장의 경기 확장세는 꼭 10년만에 종식됐다.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에 따르면 과거 아홉번의 경기침체 평균기간은 11개월이었다. 또 가장 길었을 때가 16개월(1973년 11월~75년 3월, 1981년 7월~82년 11월)이었다. 이번 침체가 3월에 시작됐으므로 이미 9개월이 됐다. 따라서 앞으로 빠르면 2개월 후인 내년 2월, 늦어도 7개월 후인 내년 7월부터는 미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임을 의미한다. 최근 소매 판매가 늘고 일부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있는 점으로 볼 때 '3월 침체개시 선언은 본격적인 회복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기대로 이날 나스닥과 다우지수가 각각 2% 및 0.23% 올랐다. ◇ 경기대책 승인 빨라질 듯 =부시 대통령은 NBER의 침체선언 직후 "경제 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상원에 계류중인 7백50억~1천억달러 규모의 경기 대책이 조속히 승인돼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원은 하원에서 넘어온 경기 부양책이 감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불만,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느라 시간을 끌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나온 침체선언으로 상원의 경기대책 수립 및 승인이 보다 빨리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의 요구대로 올 크리스마스 전에는 승인될 전망이다. 이번 침체선언으로 '부시 부자(父子)대통령'이 함께 임기중에 경기 침체를 겪게 됐다. 아버지는 임기 후반인 지난 90년 7월~91년 3월에 침체를 겪었고 아들은 임기 초반인 지금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