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업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계농지의 용도변경 허용을 골자로 하는 '신농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이 정책은 생산비를 낮추어 쌀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도 포함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눈을 끄는 대목은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한계농지에 골프장이나 레저단지 등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한계농지의 용도를 바꾸려면 대부분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했던 것을 앞으로는 지역사정에 맞게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한계농지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은 농지 축소와 농가 소득 보전이란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생각일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2004년 쌀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쌀값이 중국의 6배,동남아의 5배에 달하는 현실에서 한계농지를 농지외 용도로 개발토록 한다는 것은 그런대로 명분이 있어 보인다.또 한계농지는 대부분 산이나 계곡 등에 위치해 있어 기계화 영농이 어렵고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잘만 개발하면 국토이용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농지의 10% 안팎인 20만㏊에 달하는 한계농지의 개발에는 엄격한 기준과 제한이 따라야 한다. 준농림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뒤 수도권과 서해안 일부지역에서 물의를 빚은 마구잡이 개발이 이번에는 한계농지에서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수도권의 난개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최근에는 준농림지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정부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계농지 전용허가권을 지자체로 넘긴다 하더라도 아파트 식당 러브호텔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용도변경을 둘러싼 각종 비리와 땅 투기행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꼼꼼한 장치도 필요하다.또 농민들에게 한계농지를 비싼 값에 팔아 목돈을 쥘 수 있게 하기보다는 공동으로 농지개발에 참여해 장기적으로 일정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 아무리 쌀 생산을 줄이고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는 일이 급하다 해도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대비없이 한계농지 개발 문제를 졸속 처리해선 안된다. 내년 지자체 선거 등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 돼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한계농지도 엄연히 농지인 이상,용도변경 문제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국토이용관리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