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쪽으로의 변화가 '발전'이라면,안 좋은 쪽으로의 변화는 '변질' 아니겠는가? 변화와 변질은 골프에도 있다. 거리가 늘어나고 코스를 읽는 눈이 생기는 것 등이 골프의 발전이라면 변질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어제 우리 사이트에 올라온 한 캐디의 푸념을 읽었다. 세상이 그리 아름답지 않다고 느낀다며 쓴 글. 어제 온 손님이 아이언을 너무 길게 요구하는 것 같아 한 클럽 짧은 아이언을 갖다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 볼이 잘 나갔으면 좋으련만,그만 스윙이 잘못돼 몇 미터 구르고 만 모양이다. 그러자 그 손님,욕설을 섞어가며 '나를 물 먹이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냐'며 고함을 치더라는 것이다. 그 홀까지 몇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서브를 했는데도,한번의 실수로 듣게 되는 그 말(실수의 주체도 실은 캐디가 아니지만). 전문성 있는 캐디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해도 그걸 알아주기는 커녕,오히려 심부름꾼으로밖에 대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몹시 서글펐다고 한다. 그 글을 읽으며 가슴이 뜨끔했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 역시 많이 해본 '캐디 탓' 생각에…. 꼭 내가 샷 할 때만 카트를 움직이는 듯하고,클럽을 제대로 주지 않아 미스샷이 난 듯하고…. 골프에서의 변질은 바로 이것,'캐디를 대하는 마음'인 듯하다. 처음엔 그러지 않았다. '머리 얹으러' 간 날을 떠올려보자. 채를 골라주고,내 공을 찾아주고,무거운 골프 백을 옮겨주기도 하는 그녀,그리고 동반자들에 비해 턱없이 뒤처지는 나를 위해 레슨까지 해주던 그녀. 그 모든 것이 얼마나 고맙고 황송했던가. 볼 치느라 정신이 없으면서도 카트를 함께 끌어주고,채도 황송해 두 손으로 받고,매번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었다. 처음의 그 순수했던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되고 있는 듯하다. '노련'이라는 탈을 쓴 채 말이다. 남을 탓하게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골프의 속성이라면 그것을 제어하는 하나가 있다. '내가 미스샷 나봐야 진행 느려지고 불편할텐데,저 아가씨의 본심이 그랬겠는가? 사람의 본심은 누구나 선(善)하다는데…' 이것만 염두에 두면 얼굴 찌푸릴 일도,애꿎은 캐디를 탓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 moon@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