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대표단이 사실상 총생산설비의 20% 정도를 감축하라고 28일 요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철강업계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전기로업체 위주의 추가 설비 감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관련 업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로업체는 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 철근 H형강 등을 만드는 업체로 INI스틸(옛 인천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 대한제강이 대표적이다. 같은 전기로업체인 한보철강 (주)한보 환영철강 한국제강은 IMF 이후 법정관리나 화의에 들어가 있다. 전기로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 철강업계가 최근 잇단 부도사태 등을 맞고 있는 것은 원가의 20%에 달하는 고임금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도태되어야 할 미국 업체를 살리기 위해 미국정부가 나서 국내 업체에 동일한 수준의 설비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미국이 고로(용광로)업계의 설비 감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포항제철도 긴장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고로업체인 포철은 "설비경쟁력이나 원가경쟁력이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내심 우려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고로업계의 핫코일 설비과잉 규모만 약 1천5백만t에 달한다"며 "한국보다는 일본에 설비 감축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