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박경림의 말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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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어, 한방에" MBC TV의 사극 '홍국영'에 나온 대사로 초·중생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요즘엔 유치원생부터 중·고생까지 걸핏하면 "뭬야"라고 외친다.
SBS TV '여인천하'의 경빈이 툭하면 내뱉는 말이 신유행어로 떠오른 것이다.
방송은 이처럼 시청자, 특히 청소년들의 언어에 크나 큰 영향을 미친다.
뉴스 드라마 코미디 쇼 등 모든 프로그램, 나아가 광고에서도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공중파방송의 영향력이 지대한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국내 방송에선 우리말의 오ㆍ남용에 지나치게 무신경하거나 관대한 것처럼 보인다.
오락프로그램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사람을 몇 개라고 하는가 하면 "공부 못하는 것들이 수업시간에 떠들어요"등 비속어와 은어를 그대로 내보내고 자막으로까지 처리한다.
분위기를 띄운다는 핑계로 막말을 하거나 농담을 빙자,신체적 약점을 공격 또는 인격을 비하하는 일도 흔하다.
심지어 은근히 모멸감을 주고 그것을 즐기는 경향마저 있다.
방송사의 섭외 1순위라는 박경림이 말 한마디 때문에 30억원짜리 소송을 당했다고 한다.
자신이 화장품 모델로 나섰더니 회사가 망했다고 한 게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자기 외모를 내리깎아 우스갯거리로 삼던 데서 온 어이없는 결과인 셈이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는 속담도 있거니와 무심코 뱉는 말이 자신과 남 모두에게 끔찍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세상이 어지러워 말이 험해지는 게 아니라 말이 거칠어져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라고도 한다.
고소를 당한 당사자나 방송사로선 당황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방송 관계자 모두 언어사용에 보다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
연산군이 환관과 관리들의 목에 걸게 했다는 신언패(愼言牌)의 내용도 한번쯤 새길 일이다.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니,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 몸이 편안해 곳곳이 안온하리라'(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臟舌 安心處處宇)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