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사태 이후 주가를 끌어올린 힘은 크게 두가지였다. 먼저 테러 이전 상태의 주가를 회복하기까지는 낙폭 과대 가격논리였다. 테러 여파에 대해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가가 지나치게 급락했으며, 실제 상황은 그만큼 나쁘지 않다는 인식에서였다. 테러 이전 주가를 회복하고 나자 경기반등 기대가 뒤를 따랐다. 세계 각국이 나란히 금리를 인하했고 경기 부양책도 속속 발표했다. 이 또한 당장 펀더멘털을 개선했다기보다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부추겼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소비지표 등은 여전히 경기가 크게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날씨가 추워질수록 봄이 가까웠다고 생각하듯, 경기 저점이 임박했다는 공감은 커져갔다. 외국인 매수세는 미국의 경기 반등 기대, 그로 인한 뉴욕 증시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주가가 최근 닷새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듯 어지럽게 급등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사흘 동안 9.6%나 오르더니 이번에는 이틀에 걸쳐 6.30% 급락했다. 상승한 뒤 조정을 받는 것은 항상 보아온 현상이다. 급등할수록 위치에너지가 커진다. 또 지수조정 시점에 맞춰 미국 소비심리가 7년 반중 최저 수준으로 얼어붙었다는 악재가 나타났다. 이 소식은 이런 상황논리에서 미국보다 우리 증시에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전날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10%. 0.27% 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28일 국내 증시는 거래소가 5.68%, 코스닥은 5.94% 하락했다. 사실 주가가 그렇게 급하게 추가상승하지 않았더라면 이만한 악재는 극복될만 했다. 10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2.2를 기록, 전달의 85.3보다 낮아졌지만 6개월 후의 경기 상황을 예상하는 지수는 74.6을 기록, 전달의 70.7보다 높아졌다. 당초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현재 경기저점, 내년 2/4분기중 경기반등’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날 하락은 ‘기대’만으로 상승한 장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대는 항상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주가가 소폭 상승했을 때는 가격 논리 때문에 상승 가능성은 큰데다 잃을 것도 얼마 없었지만 주가가 이만큼 크게 올라 있는 상태에서는 추가상승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고 잃을 것도 그만큼 많아져 조바심이 커지게 마련이다. 특정 단계에서 제시된 문제를 못맞추면 그동안 딴 돈을 다 내놔야 하는 퀴즈쑈에서 단계가 높아질수록 문제가 어려워지고 잃을 돈이 많아져 문제 풀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좋은 쪽으로 말하면 이제 향후 경기 반등 ‘기대’보다는 현재 경기 상황과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라는 ‘현실’을 투자자들이 고려하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증시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기대에 따른 저점매수세력이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수가 상승할 여지가 많은 것도 아니다. 여기에서는 ‘현실’이 장벽이 된다. ‘현실’과 ‘기대’는 어느 지수대에나 동일한 비율로 작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기반등 기대가 급격하게 증가하거나 펀더멘털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는 이상 지수 관련주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상승과정에서 소외된 중저가 실적 개선주에 눈을 돌릴 때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