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속 외국기업] 국내기업에 글로벌경영 '본보기'..다국적기업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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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달라진 산업계 풍경중 하나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위기극복 수단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가 지상과제가 되면서 많은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오고 이를 따라 외국인 CEO들도 대거 한국에 상륙했다.
이들이 한국 토종기업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시각이 없지 않지만 우물안 개구리였던 한국기업의 경영방식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발전시키는데 공헌했다는 평가도 많다.
외국인 CEO들은 각종 모임이나 행사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국식 경영에 접목하는 이른바 '글로컬화'(Glocalization)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컬'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현지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한국외국기업협회 1천2백여 회원사중 외국인이 CEO인 곳은 2백50여개사.
나머지는 주로 외국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가진 한국인들이 CEO를 맡고 있다.
외국인 CEO로는 먼저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에릭 닐슨 사장을 들수 있다.
수출에 주력해서 '영원히' 한국에 뿌리를 심는 기업을 만드는게 그의 목표다.
영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그는 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다.
전임 안토니 헬샴 사장은 삼성중공업 건설기계부문을 인수, 1년반 만에 흑자를 달성한 능력을 인정받아 볼보그룹 75년 역사상 스웨덴인이 아니면서 최초로 볼보건설기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클라크 머터리얼 핸들링 아시아 사장인 캐빈 리어든씨도 미국 클라크사가 삼성중공업 지게차 부문을 인수한 첫 해부터 흑자를 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제롬 스톨 사장이 이끌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SM5 승용차의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 가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웨인 첨리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은 한국 사회 뿌리내리기 경영에 노력중이다.
그는 '사랑의 김치담그기 행사'에 참여하는 등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데도 열성이다.
금융 부문에선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 스튜어트 솔로몬 메트라이프 사장, 미셸 깡뻬아뉘 알리안츠제일생명 사장이 활약하고 있다.
코헨 행장은 25년여를 프랑스 크레딧리요네 은행에서 근무한 뱅커다.
89년부터 미국 크레딧리요네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은행 자산을 4배 이상 늘렸고 2억1천만달러의 순이익을 달성, 탁월한 경영능력을 과시했다.
프랑스인으로 에꼴 뽈리떼끄니끄 이공대를 졸업하고 파리 도핀대학교에서 재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솔로몬 메트라이프 사장은 미 시라큐스대 졸업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활동한 한국통으로 1979년부터 95년까지 한국외환은행 뉴욕지점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문화를 한국인 못지않게 궤뚫고 있다.
미셸 알리안츠제일생명 사장은 95년 프랑스생명 한국지사 수석부사장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틈나는대로 비원이나 서울 인사동을 찾아 한국 문화를 둘러보는게 취미다.
최근 제일은행장에서 물러난 윌프레드 호리에씨도 빼놓을수 없다.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미국의 뉴브리지가 단물만 빼먹고 제일은행을 팔려고 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호리에 전 행장은 부실한 제일은행의 경영을 제 궤도로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영국 얼라이드 도멕사가 진로의 위스키 사업부문을 인수해 세운 합작법인 진로발렌타인스의 데이비드 루카스 사장은 직원들과 막걸리 파티를 여는 등 한국적 경영을 하는데 열성이다.
그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에 끈기를 갖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외국기업이 성공할수 없다"고 말한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명문 런던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 여성과 결혼했다.
기업인은 아니지만 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회장도 기업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외국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인 뺨칠 정도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존스 회장은 지난 80년 한국에 온 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해 왔다.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으로 브링엄 영 대학 법대를 졸업했다.
외국기업에서 CEO로 활약하는 한국인들도 많다.
특히 IT(정보기술) 분야에서 한국인 CEO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통신장비업체인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데이비드 앨런 사장 후임으로 양춘경 이사를 신임 CEO로 승진 임명했다.
양 사장은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전신인 AT&T에 입사해 줄곧 외국사에서만 근무해 왔다.
인텔코리아(김명찬),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김윤),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고현진),한국오라클(윤문석), 한국HP(최준근), 한국IBM(신재철), 라이거시스템즈(황시영) 등도 한국인이 지휘하고 있다.
장병석 소니코리아 사장은 소니의 한국내 또다른 법인인 한국소니전자 대표를 맡다 지난 3월 소니코리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볼보트럭코리아는 대우차입찰사무국 상무를 지낸 한영철씨를 CEO로 임명했으며 포드코리아도 정재희씨가 사장을 맡고 있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95년 BMW코리아 창립멤버로 입사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으로 40대에 CEO에 올랐다.
그는 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신텍스 대표를 맡기도 했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사장은 IMF 경제위기 이후 유명해진 외국기업 사장이다.
휠라코리아의 성공사례를 담은 저서 '생각의 속도가 빨라가 산다'는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여성들도 외국기업의 CEO로 뛰고 있다.
두발모피 전문관리업체인 스벤슨코리아의 김숙자 사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30여명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국제두피모발관리 전문가 자격증을 획득한 이 분야 세계적 전문가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