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속 외국기업] "한국, 아직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외국기업 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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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기업활동하기가 정말 어렵다'
외국투자기업들은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데 제도적.개인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외국기업들이 접수한 고충 건수는 총 2백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감소했으나 내용 면에서는 사사로운 고충보다는 외국계 기업 전체의 어려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관세 관련 문제가 전체의 15.3%에 해당하는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노동 26건, 법률 22건, 금융.외환 20건, 세제 15건, 토지 13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에 접수된 고충사례를 살펴보면 I사의 경우 수출입 물품의 상표권 보호를 위한 대책 수립을 강력히 요청했다.
위조품 수입으로 시장질서가 교란되고 제품 브랜드의 가치마저 위협받고 있어 상표권 보호를 위해 관세청에서 명확한 권리자 등록 기준 등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B사는 의료용구의 소분업 활성화를 건의했다.
의료기 산업 경쟁국인 홍콩 중국은 외국에서 수입한 의료기기에 관해 소분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허용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가 수입하고 있는 시력보정용 일회용 콘택트렌즈의 경우 벌크상태(대단위 포장)로 수입한 뒤 국내에서 판매단위별로 포장하면 수입대금과 운송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까다로운 통관 규정 및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종묘업체는 수입종묘 검역과 관련해 선진국의 경우 검역 신청 후 반나절 안에 합격증을 교부하고 있으나 한국은 꼬박 하루 또는 그 이상이 소요된다며 수입종자 검역시 처리농도를 품목별로 차별화하고 검역담당자를 충원해 검역 소요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사 M사 S사 등 3개사는 법정계량 단위 관련 법규 적용에 따른 고충을 호소했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강제하지 않고 권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마일이나 온스 등 비법정 단위가 표시된 계량기기의 수입 및 판매가 금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중한 수입관세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원료를 수입하는 한 독일계 회사는 국제 정보기술(IT) 협약에 의해 일본 대만 등 경쟁국가에서는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8%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평동외국인기업전용단지 입주 예정 업체와 광주광역시는 외국인 전용단지의 공통적 애로사항으로 입주기업 지상권 설정 금지에 따른 공장 신축 및 설비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간접금융 애로를 호소했다.
외자기업은 공장부지 매입 자금보다 훨씬 많은 공장 신축 및 설비투자자금 전액을 자체 자금으로 충당해야 해 외자기업들이 입주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개별적인 사안으로 일본 국적의 어느 한국인 사장은 일본 국적이라는 이유로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이 거부돼 교육부의 협조로 입학 허가를 받았다.
또 어느 외국기업의 외국인 사장은 과거에 거래한 적이 있는 한국기업 사장으로부터 부당한 금전 요구, 본인과 자녀에 대한 납치위협, 전화협박을 받고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외국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인식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인허가 과정이나 세무 건설 환경 등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개선 정도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며 "각 부처와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갖춰 부문별 사안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줄 수 있는 조직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