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상하이은행(HSBC)은 기업금융에 영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매금융에 치중하는 씨티보다 국내 일반 고객들에게는 덜 알려진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금융을 대폭 강화하면서 HSBC는 국내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HSBC는 올 연말까지 서울 광장동지점을 열고 내년에 2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해 영업망을 1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인 셈이다. 지난 11월초 서울 강남에서 열린 HSBC의 신상품 설명회에 고액자산가들이 대거 몰린 것도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는 HSBC의 바람몰이로 볼 수 있다. 이날 HSBC가 선보인 것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차이나펀드'. 모집한 자금의 15%를 중국내 우량기업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내 국.공채로 운용해 고수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투자대상 중국기업은 중국 상하이나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로 중국에 본사를 두거나 자산 및 매출의 50% 이상을 중국 본토에 둔 우량기업으로 한정했다. HSBC측은 중국의 빠른 성장속도뿐만 아니라 고정환율제와 자본통제의 뒷받침으로 환율 변동의 위험이 적은 중국 위안화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위험이 낮으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HSBC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부터다. HSBC는 지난해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택담보에 필요한 근저당설정비를 완전 면제해 주는 서비스를 내놓아 다른 은행들을 긴장시켰다. HSBC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부분의 시중은행들도 잇달아 설정비를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금리 경쟁에서도 HSBC는 발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HSBC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은행권 최저수준인 연 6.15%까지 낮췄다.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규모와 입지조건 등이 좋은 일부 고객에게만 적용하는 수준의 낮은 금리를 대부분의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 HSBC측의 설명이다. HSBC는 지난 10월 고액 대출고객을 위한 우대서비스인 '금관클럽멤버쉽'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1억원 이상 대출받는 고객에게 전담직원을 배치, 자산관리 상담을 해주고 송금 수수료 등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또 은행의 각종 행사에 초청받고 전용 주차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금을 많이 한 고객에 대한 우대서비스 제도는 흔하지만 거액대출고객을 위한 특별서비스 프로그램을 별도로 만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HSBC 관계자는 "런던의 본사를 비롯해 전세계 80여개국의 약 6천5백개에 이르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영업력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한국 비즈니스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입장이며 한국인들을 겨냥한 지역화전략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