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은 한국에서 12개 지점만으로 영업하고 있는 '작은 은행'이다. 하지만 덩치 큰 국내 은행들이 결코 만만하게 보지 않는 '강한 은행'이다. 앞선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데다 수익기여도가 높은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짜여진 탄탄한 고객구성 때문이다. 한국에서 씨티은행의 선전은 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95년 1조6천억원이던 수신액은 지난해말 6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7% 수준이다. 4~5%를 넘는 국내 은행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거래기업에 대한 철저한 재무분석과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상환능력을 정확히 예측해내는 여신심사 시스템 덕분이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이 여간해선 1%를 넘지 못하는데 비해 씨티은행은 지난해말 ROA가 1.5%대에 달했다. 씨티은행의 경쟁력은 리스크관리에서 더욱 확연히 나타난다. 은행내에 설치된 자산부채위원회가 중심이 된 리스크관리는 자체 원칙을 철저히 지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위원회는 한국지점장 자금부 영업부 기획부 심사부 등의 책임자들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 멤버들은 정기적으로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은행전략과 전체 포트폴리오를 짠다.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씨티은행의 큰 장점이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타 지역의 성공사례가 있으면 서울지점으로 즉시 옮겨올 수 있고 실패사례도 참고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간 인력이동으로 금융시장을 보는 직원들의 안목이 넓어지는 장점도 있다. 씨티은행은 11월부터 우량고객을 겨냥한 서비스인 '씨티골드'를 전면 개편하고 또 한번 변신하고 있다. 예치금액 1억원 이상이던 씨티골드 회원기준을 2억원으로 높이는 대신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국내 은행의 VIP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씨티골드의 특징은 국내 금융상품뿐 아니라 고수익이 예상되는 해외 금융상품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씨티그룹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책임지겠다는 전략이다. 전담직원이 고객의 투자성향 및 목적에 따라 최적의 자산구성을 도와주고 정기적으로 자산운용 상태를 점검해 필요할 경우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해 준다. 계열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의 경제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각종 경제.경영 정보도 회원에게 제공한다. 씨티은행 김용태 상무는 "고객의 자산구성을 분기마다 점검해 수익률을 측정하고 자산운용을 수정하는 등 애프터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씨티골드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씨티은행은 최근 신용대출 영업도 강화하고 있다. 상장기업의 임.직원과 의사 법조인 등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연 8.9%의 낮은 금리로 3~5년간 5천만원까지 신용으로 빌려주는 상품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