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동아시아 신흥국가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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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동아시아 신흥국가들에 나쁜 소식이 세 번 연속 온다면 정말 두려워할 만한 일이다.
첫째로 이들 국가는 1997∼98년 외환 위기를 겪었다.
이후 단지 3년이 지난 현재 많은 국가들이 다시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
올해와 내년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률은 97∼98년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로 가장 나쁜 소식은 각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동아시아의 장기적인 성장전망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정부들은 경제적인 위기에 대해 남들만 탓하고 있다.
지난 외환위기 때는 엔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의 상승을 비난했다.
또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게 만든 외국 투기자본세력과 고통스런 정책을 채택하게 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원망했다.
현재의 경제적인 위기도 미국의 경기 둔화,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투자의 급격한 감소,중국의 부상 등 외부적 요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경제의 침체가 동아시아 경제에 심한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경제 위기의 책임은 내부에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 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을 게을리한데다 디플레이션 초기 징후를 적절한 재정및 통화정책으로 차단하지 못했다.
한때 '동아시아 호랑이들'로 불렸던 국가들은 90년대 후반 미국 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외환 위기에서 예상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는 스스로를 만족케 했고 경제 개혁을 늦추는 결과를 낳았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환율 하락을 좀더 용인하고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한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나 명목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대만 등 몇몇 국가들은 공격적인 통화 및 재정 완화정책 추진을 주저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성장을 억제하는 허약한 금융시스템,명목 GDP 성장률 하락,과도한 기업 부채와 과잉 설비 등 익숙한 문제들에 당면해 있다.
이들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10년 넘게 불황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개혁을 미룰 여유가 없다.
경제 규모가 작고 개방된 이들 국가는 상대적으로 폐쇄된 일본과 달리 문제들을 감출 수 없다.
경제 개혁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중국은 사실상 위협이 아니라 기회다.
중국은 광대한 수출 시장을 제공한다.
중국은 모든 것을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동아시아국들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산업에 특화하면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내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위협은 중국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를 좀더 개방하고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막는 장벽을 없애야 한다.
또 원활하고 효율적인 자금 이동을 위해 금융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동아시아 신흥국가들이 진정으로 걱정해야 하는 것은 현재의 경기 침체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한때 으르렁거리며 힘차게 포효하던 호랑이는 무기력하고 힘없는 늙은 고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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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1월24일자)에 실린 'Pointing the finger-at East Asia'란 제목의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