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이국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탄핵 공세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탄핵정국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2야는 국회 법사위가 표결로 출석을 요구한 만큼 내달 5일까지 출석하지 않으면탄핵소추를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인데 반해 검찰측은 신 총장의 출석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지난해 11월에 이어 검찰총장 탄핵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전망이다. ◇탄핵추진 전망 = 신 총장은 지난해 대검차장으로서 박순용(朴舜用) 당시 검찰총장과 함께 야당측의 탄핵대상이 된 데 이어 2번째로 탄핵 논란의 핵에 서게 됐다. 다만 지난해는 DJP 공조속에서 2여가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의 탄핵안 직권상정을 물리적으로 저지, 표결 자체를 무산시켰지만 이번에는 DJP공조가 파기된 여소야대 상황인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이후 민주당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화된 상태여서 물리적 저지를 관철할 힘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에 2야가 실제탄핵을 추진할 경우 헌정사상 처음으로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3대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비판적인여론이 높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신 총장 사퇴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더욱 불리한 여건이다. ◇탄핵 절차 = 현행 헌법은 대통령을 제외한 고위 공직자의 경우 국회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소추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어 2야의 힘으로 탄핵안 처리가가능하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 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보내면 헌재의 심판이 나올 때까지 검찰총장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대통령은 총장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해임할 수도 없다. 이 경우 대검차장이 검찰총장의 권한을 `대행'하게 될 것으로 보이나 검찰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불가피해진다.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선고를 해야 하는데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더라도 헌재가 탄핵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탄핵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검찰총장이 국회 법사위의 출석요구 의결을 무시하고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탄핵사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직무행위에서 범법행위가 있어야 탄핵사유가 되며 국회증언감정법은절차법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2야가 출석요구 표결을 강행한 것에 대해 "다른 탄핵사유가 없으니까 총장이 어차피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법률위반을 만들기 위한 함정수사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석요구 전례 =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국회가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결한 것은 모두 3차례이나 한번도 총장이 출석한 전례는 없다. 지난 89년 국회 문공위와 노동위가 노동자 구속문제 등으로 현재 한나라당측 법사위원인 김기춘(金淇春) 당시 검찰총장의 출석을 의결했지만 김 전 총장은 "정치적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98년 3월에는 검찰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비자금수사 유보결정과 관련, 법사위가 김태정(金泰政) 당시 총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99년 8월에도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조폐공사 파업유도 진상조사와 관련, 박순용당시 총장의 출석을 의결했지만 역시 불출석 사유서만 제출했다. 지난 63년부터 71년까지 재임한 신직수 총장은 65-68년에 4번은 표결에 의해, 5번은 자진출석 형식을 빌어 국회에 출석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3권분립에 대한 의식이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가 아니어서 현재의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뒤바뀐 여야입장 =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89년 당시 국회 노동위원장으로서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결하면서 "이번 공안정국 때 총지휘자가 안기부장과 검찰총장"이라며 출석을 요구하고 "검찰총장이 정부위원, 국무위원이 아니라고해서 출석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당 위원회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의 전신인 당시 민자당측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출석에 반대한 바 있어 이번에는 서로 입장을 바뀐 셈이다. 다만 민주당측은 89년 당시 김기춘 총장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으나 여소야대상황임에도 야당측은 김 총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지는 않았다고 한나라당측에 상기시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