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후협약, 부담과 기회 .. 成俊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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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俊鏞 < LG환경硏 원장 / 기후변화협약대책위원장 >
지난 11월9일 카타르 도하에서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던 날 모로코의 마라케시에 모인 1백65개국 대표단은 '제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7)'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선진국들이 오는 2008∼2012년 5년 동안 1990년 수준에서 연간 약 5.2%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감축하자는 내용의 교토의정서 이행안이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지난 92년 리우회의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이 완전한 틀을 갖추게 됐다.
더불어 향후 우리 나라를 포함하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게 됐다.
99년 기준으로 우리 나라는 연간 4억1천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0년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평균 8%씩 증가했는데,10년 후에는 연간 약 6억?을 배출해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 개도국 의무감축 논의에 우선적으로 국제적인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지게 됐다.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중요한 명분 중 하나가 개도국의 의무감축 참여문제였다는 점과 유럽연합(EU)이 제2차 공약기간(2013∼2017년) 개도국의 의무감축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나라의 의무감축 이행시기는 제2차 공약기간인 2013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만큼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시행이 시급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로 인해 이제는 의무감축 참여를 최대한 미루겠다는 기존 전략만이 능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교토의정서 이행방안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졌기에 의무감축 일정을 늦추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되 의무감축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는 효과적인 노력에 더욱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GDP 연동 배출목표의 설정,탄소흡수원(sink)에 대한 인정,기업의 조기 온실가스 감축분의 크레디트 인정과 같이 반대급부를 얻어낼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하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도 방어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교토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되었다.
개도국의 의무감축 참여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청정기술의 개발을 범세계적으로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개도국간 청정개발체제(unilateral CDM)의 관철을 통한 활용방안은 우리 나라에 매우 유리한 방안이다.
이 체제가 아직은 국제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개도국간 청정개발체제의 관철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 앞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 나라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율이 매우 높다.
90∼99년 사이 GDP가 연평균 5.8%씩 증가할 때 에너지소비량은 연평균 7.7%씩 증가했다.
그래서 2001년 기준 이산화탄소 발생을 10% 저감하려할 때 약 11조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국과 같은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부여받게 된다면 경제발전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경제적 손실이 강조되다 보니 대다수의 국민에게 기후변화협약은 경제에 국한된 산업계의 문제로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협약 참여는 전국민의 생활습관및 태도와 직결되므로 국민 전체의 노력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즉 기후변화협약은 에너지산업만의 문제도,산업계만의 문제도,정부만의 문제도 아닌 우리 나라 전체의 운명과 관련되는 '범국민적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 모두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같은 공동노력과 함께 정부는 기후변화협약과 관련된 국가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산업계와 공동으로 국가적 사안인 기후변화협약에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청된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기후변화협약은 우리에게 위기일 수 있지만,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이러한 위기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