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어업협상 실패 누구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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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협상의 안일한 대응은 생각할 수록 한심하다.
한·일 어업협상의 후유증으로 이른바 '쌍끌이 파동'을 겪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이번에는 남쿠릴 해역의 꽁치어장과 오호츠크 해역의 명태어장마저 잇달아 잃을 위기를 맞고 있으니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이로 인해 어민들과 수산업계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서민들의 식생활과 가계부에도 주름살이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중국산 수입어류에서 유해물질이 잇달아 검출돼 국민건강이 위협 받는 상황이라 인근어장의 상실은 더욱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일본 산리쿠 해역에 이어 남쿠릴 어장에서마저 조업을 못하게 됨에 따라 꽁치잡이가 힘들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내년부터 오호츠크 수역에서 외국배들의 명태잡이를 전면 금지시키겠다고 통보해 온데다 베링 해역의 명태잡이에서 정부 쿼터도 절반을 줄이겠다고 한다.러시아 해역이 명태어획량의 9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라 이렇게 되면 우리 명태잡이가 결정타를 맞게 되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원양어획량이 지난 99년의 79만1천?에서 작년에는 65만1천?으로 크게 줄었는데,이중에서도 명태는 14만5천?에서 8만6천?으로 40% 가까이 줄어든 형편이라 더욱 타격이 크다.명태어획량의 절대적인 감소는 물론이고 민간쿼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어료가 싼 정부쿼터 3만5천?중 2만3천?을 고스란히 잃게 돼 국내 수산업계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점도 뼈아픈 일이다.
사정이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해양수산부와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의 무능력과 무사안일 탓이 크다고 본다.
일본과 러시아가 남쿠릴 어장에서 제3국의 조업금지를 흥정하는 걸 사전에 알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별일 없을 것이라고 둘러댄 것이 그것이다.
물론 단순한 어로행위를 영유권 분쟁에 연관시켜 입어금지 조치를 내린 일본의 억지나,일본과 흥정을 위해 우리와의 약속을 팽개친 러시아측 행위는 유감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국익을 지키지 못한 최종 책임은 우리 정부측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뒤늦게 수산당국은 남쿠릴 어장 대신 다른 어장을 개발하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경제성 있는 대체어장 개발이 쉽지 않은데다 성공한다고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라 걱정이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자면 수산업계의 자구노력은 물론이고 이제부터라도 관계당국이 각성하고 대외협상에서 분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