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기준 국민 한사람당 3백11만원꼴로 부담한 공적자금 1백40조원에 대해 처음으로 특별 감사가 실시됐고 그 결과가 29일 공개됐다. 공적자금은 지난 10월말 현재 1백50조6천억으로 늘어났다. 감사원이 내놓은 특감 보고서는 무려 2백35페이지. 각 장마다 공무원, 예금보험공사 및 자산관리공사 직원, 금융기관 임직원, 부실 기업주 등의 잘못된 행위가 빼곡이 기록됐으니 '공적자금 부실 운용'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쉬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하고 차분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공과를 분명히 따지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금융계와 학계의 일치된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는 '공무원은 책임 없다'는 원칙을 또다시 고수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노정했다는 시각이 강하다. 한마디로 공무원중에는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7개월에 걸친 공적자금 특별 감사를 끝내면서 관계 기관에 손실변상 판정(4명 20억원), 징계(4건 20명), 시정(15건 2백4억원) 등을 요구하고 44명을 검찰에 형사고발했지만 이들 명단에 공무원의 이름은 없었다. 재정경제부 장관과 금융감독위원장에게 형식적인 '주의 촉구'를 한 것이 전부였다. 공적자금 조성에서부터 회수까지의 전과정에서 재경부와 금감위,청와대 공무원들이 때로는 윽박지르고 때로는 묵인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감사원이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꼽은 '투신사 손실보전형 상품에 대한 불법적 공적자금 투입'은 금감위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조치였다. 사정이 이런 데도 감사원이 해당 공무원들에게 '죄없음' 판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책판단'을 문제삼을 경우 소극적이고 자기방어적인 경제정책만 판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김인식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