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전시기획을 맡고 있는 큐레이터들과 미술평론가들이 올해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들을 선정해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호암갤러리와 성곡미술관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호암갤러리에서 개막된 "아트스펙트럼 2001"전과 지난달 28일 성곡미술관에서 막을 연 "2001 한국미술의 눈"전이 이들 전시회다. 선정된 18명의 작가는 설치 영상 사진 평면회화 등 장르를 망라해 국내외에서 괄목할만한 작업을 하고 있는 촉망받는 30~40대 작가들로 현대미술의 흐름과 그 미래를 가늠하는 자리다. ◇아트스펙트럼 2001전=올해 처음 기획한 전시로 삼성미술관 소속 큐레이터 9명이 작가 1명씩을 선정했다. 1988년부터 매년 개최해오던 '현대한국회화전'이 회화 매체에 국한돼 사진 영상 설치미술을 수용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기획전을 마련했다. 선정작가는 김아타(사진) 이동기(회화) 박화영 조승호(이상 영상) 오인환 김범 김종구 유현미 홍수자씨(이상 설치) 등이다. 영국에서 조각을 전공한 김종구씨는 쇳가루로 쓴 글씨를 폐쇄회로 카메라를 이용해 수직화면에 반영한 작품을 내놨다. 쇳가루를 먹물 삼아 산수화를 그리고 붓글씨를 쓰는 수평의 조형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내년도 상파울루비엔날레 한국대표작가로 선정된 김아타는 알몸으로 연출된 사람들을 통해 관념의 세계에서 해방되어 나와 타자가 교감하는 세계를 드러낸다. 세계적 비디오아트 배급사인 EAI사 소속작가 조승호씨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6개의 천장모니터와 바닥 스크린 이미지로 이뤄진 설치작업으로 내놨다. 역시 뉴욕에서 활동 중인 오인환씨는 향가루를 이용해 특정 도시에 존재하는 게이바의 이름을 쓴 후 전시기간 동안 향이 천천히 타들어가도록 해 '시각'과 '후각'에 동시에 호소하는 설치작을 출품했다. 홍수자씨는 실타래의 실이 전시기간 내내 풀어져 나오면서 인물상의 몸을 감싸는 작품을 통해 치유와 안식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 내년 1월27일까지.(02)771-2381 ◇2001년 한국미술의 눈전=성곡미술관이 개관 6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기획전.평론가들이 한 해 가장 활발히 활동한 작가를 추천,그들의 주요작품을 전시했다. 김병직(설치) 김성희 배준성 장명규 정현숙(이상 회화) 유대균(조각) 민병헌 이정진(사진) 장지희씨(영상) 등이 선정됐다. 평론가 이주헌씨(아트스페이스 관장)는 "창문을 통해 걸러진 풍경이 미묘한 울림과 뉘앙스를 준다"며 이정진씨를 추천했다. 정현숙씨를 추천한 평론가 고충환씨는 정씨의 작품이 색의 원형질인 빛으로 색을 담금질해 우주적 몽상의 세계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31일까지.(02)737-765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