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국인들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에는 '고와이(무섭다)…'의 감정이 진하게 담겨 있다. 두려움의 뿌리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군사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다. 경제적으로도 일본을 턱 끝까지 쫓아온 스피드와 기세에 눌려 최근에는 '중국 공포'가 열도를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중국인을 겁내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현상과 분위기에 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범죄 중 중국인이 얽힌 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다. 일본에 터를 잡고 사는 중국인이 늘어나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두려움이 앞서다 보니 중국인들에 대한 보통 일본인의 감정은 우호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 예선을 한국에서 치르기로 결정된 지난달 말 일본 언론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 추첨도 하기 전에 장소를 배정한 것은 공정성을 해친 것이 아니냐며 추첨 조작의 의문까지 높아지고 있다고 들끓었다. FIFA의 블래터 회장이 "중국의 요청 등 여러 정황을 참작해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고 한 말을 곁들이면서도 이들은 칼날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한국이 중국 경기 유치를 희망했다며 중국과의 밀월,경제적 부대효과를 노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이 입장권 판매 문제를 해결하는 이득도 챙겼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의 트집에는 중국을 어려워하면서도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은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감정이 섞여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관심과 열기다. 입장권이 동난 일본은 열성 팬들을 대상으로 티켓을 내건 기업들의 사은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입장권을 상업적 목적에 이용하는 것은 규정위반이라는게 한국조직위의 지적이지만 이대로 가면 관중석이 텅 빌 한국 경기장을 상상한다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월드컵은 선수들만이 치르는 것이 아니다. 관중 열기와 환호가 없이는 좋은 시설과 경기를 보여 줘도 개최국의 체면만 구기기 십상이다. 조 추첨도 끝난 이제 한·일 간에는 또 다른 레이스가 시작됐다. 전세계 축구팬과 선수들에게 어느 쪽이 보다 뜨거운 갈채를 안겨주느냐는 시합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