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결산시즌으로 접어들면서 기업마다 임원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 그룹들이 내년 2~3월 정기 주총을 전후로 임원 인사를 늦출 계획이긴 하나 대략적인 그림은 연말에 그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그룹의 경우엔 이미 퇴진 대상 임원의 명단을 부분적으로 확정,개별 통보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은 올해도 지난해처럼 연말에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임원인사 왜 늦추나=삼성 LG SK 등은 등기이사를 주총 전에 결정하는 데 대한 시민단체의 비난과 후계체제 구축 등 경영구도 변화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주총 전후 비슷한 시기에 인사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임원 인사가 내년 주총 전후로 미뤄짐에 따라 새해 사업계획을 펼치는 데 차질이 빚어지고 각종 인사설이 난무하는 등 혼선과 잡음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당초 연내에 인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임원진에 대한 평가 또한 완료된 상태이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올해처럼 주총 이후로 인사를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장단 등 등기임원은 내년 정기주총에서 선임하고 집행임원은 그에 앞서 1월 이후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는 계열사별로 승부 사업과 정리대상 사업을 구분,그에 따른 임원 인사를 내정해 놓은 뒤 내년 2~3월 정기 주총에서 공표한다는 방침이다. LG는 일부 퇴직대상 임원에 대해서는 이미 사전 통보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단행했던 SK도 이번에는 대부분 계열사의 인사를 내년 2월께로 미룰 계획이다. SK는 지난해 그룹이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세대교체 논란이 불거져 홍역을 치렀던 점을 감안해 인사를 늦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처럼 그룹 차원에서 사장단 인사를 일괄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계열사별로 하루 이틀의 시차를 두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사폭은 얼마나 될까=삼성은 올해 실적 부진을 반영해 임원을 상당폭 교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관심사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의 승진 및 역할 확대 여부. 이 상무보의 승진은 일부 원로급 경영진의 2선 후퇴 등 임원들의 세대 교체와도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중국 현지법인 대표에 누가 앉게 될지도 관심이다. 현재로선 중국 비즈니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전자 관련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 중 추진력을 갖춘 중량급 인물을 선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 역시 내년 경영여건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승진폭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서는 내년에 출범하게 될 전자지주회사(LGEI)의 최고경영자(CEO)로 누가 선임되느냐가 관심 사항이다. 경우에 따라선 전자 관련 사장단의 연쇄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SK는 주요 계열사에 구축된 부회장-사장 체제가 지난해 인사에서 처음 도입된 만큼 올해는 소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에 합병되는 신세기통신 주요 임원들의 이동에 따라 연쇄적인 자리 이동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올해 사상 최고의 경영 실적을 달성한 만큼 상당폭의 승진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손희식·김성택·김태완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