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파워] 3부 : (2) '關係'에서 품질로..가격 비즈니스 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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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시(關係.인간관계)'
중국 비즈니스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중국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관시부터 찾는다.
그런가하면 중국인과 몇 번 만나 식사를 하고는 "나 그 사람하고 관시가 있어"라고 말한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금 '관시 만능주의'의 효용가치는 얼마나 될까.
산둥(山東)성 옌타이(煙台)에서 화공분야 합작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P 사장.
그는 최근 성(省) 정부로부터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경고와 함께 벌금을 받았다.
6개월치 순익과 맞먹는 거금이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관시를 동원했다.
그는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성 정부 관리들을 만났다.
그러나 술자리에서는 간이고 쓸개고 다 떼어줄 것 같던 관리들은 P 사장을 외면했다.
'법 규정상 안 된다'는 것이었다.
P 사장은 부성장을 잘 안다는 중국인에게 로비를 부탁했다.
결과는 마찬가지.벌금납부 날짜를 훨씬 넘겼는데도 '로비스트'로부터는 속시원한 말을 듣지 못했다.
활동비로 준 돈만 날렸다.
그는 "6년 전 공장을 세울 때는 관시가 잘 먹혔는데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법률로 안 되는 일을 관시로 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관시의 속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 관리들은 자신의 이익이 걸리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나와 관계가 없다(沒關係)'며 외면했다.
'철의자(평생고용)'에 앉아 있던 기업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을 움직일 때 필요한게 바로 관시였다.
비(非)협조적인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주로 돈)을 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공무원은 인센티브와 진급을 위해, 샤강(下崗.실직) 신세를 피하기 위해 뛰고 있다.
그들은 관시가 없어도 능동적으로 일한다.
국영기업은 책임경영제로 바뀌면서 직원들을 비즈니스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
민영기업 직원들은 서방기업 직원들과 다름없다.
품질과 가격, 수익이 기업목표로 정해지면서 관시가 파고들 여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컨설팅업체인 시노트러스트(新華信).
시장조사 및 기업 신용분석 분야 중국 최대 민영기업이다.
3백여명의 이 회사 직원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서방 기업들로부터 시장조사 및 기업신용 분석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GM 지멘스 모토로라 혼다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 4백여개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중국 경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규범화 법제화 될 겁니다. '관시 비즈니스'보다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제도적 비즈니스'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외국기업들이 과학적 분석자료를 찾는 이유입니다"
린레이(林雷) 사장의 말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