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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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선 7세기에 여왕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중·일 삼국 모두 비슷한 시기에 여왕이 등장했다. 신라의 선덕여왕(재위 632~647)과 중국의 측천무후(624?~705), 일본 최초의 여성천황 스이코(推古·재위 592~628)가 그들이다.
선덕여왕은 민생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자장법사를 당(唐)에 보내 불법을 수입하고 첨성대 황룡사탑을 건립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중국의 측천무후는 690년 국호를 당에서 주(周)로 바꿨고, 스이코 천황(33대)은 법흥사를 세우는 등 불교 진흥에 힘쓰고 신라 백제와 활발한 외교를 펼쳤다.
서양에선 9백여년 뒤인 16세기 절대왕정 시대에 많은 여왕이 나왔다.
콜럼버스의 항해를 도운 스페인의 이사벨라 1세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1ㆍ2세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가장 유명한 사람은 '짐은 국가와 결혼했다'는 말을 남긴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재위 1558∼1603)다.
엘리자베스 1세는 일찍이 이복언니인 메리1세에 의해 반란혐의로 런던탑에 유폐되는 등 고난을 겪었으나 25세에 즉위한 뒤 45년동안 영국 절대주의의 전성기를 이뤄 '훌륭한 여왕 베스'로 불리며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레셤의 제안을 받아들여 화폐제도를 통일하고 '모험 상인조합'에 독점권을 줘 보호하는 등 중상주의 정책을 폈다.
마사코 황태자비(37)의 딸 출산을 계기로 일본에서도 여성천황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기원전 660년 신무(神武) 이래 현재의 평성(1989∼)까지 1백25명의 천황 가운데 여성은 8명이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메이지시대 이후 여성은 없고 현재 '황실전범'엔 황위는 남자가 계승토록 돼있어 여성천황이 나오려면 전범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다.
도쿄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71%가 여성천황도 괜찮다고 답했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당장 결론내긴 어렵다고 말했다는 보도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는 지금도 여전히 우아한 모습으로 영국민은 물론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본에도 여왕이 탄생될 지 두고 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