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대표 김기용)는 "경영정상화를 통한 워크아웃 조기졸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난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뼈를 깍는 자구노력으로 1년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기업을 정상화시켰다. 한국컴퓨터는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한국컴퓨터는 금융기관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 개발과 판매 중대형 컴퓨터 판매 공중용 현금인출기(ATM)설치 및 관리를 주로 해 온 국내 대표적인 금융권 전산 전문업체다.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발생때 한파를 가장 먼저 경험한 금융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둔 덕분에 한국컴퓨터를 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금융기관들이 전산 관련 신규 투자를 중단하면서 이미 체결된 계약마저 속속 취소됐다. 매출의 37%를 차지하던 중대형 컴퓨터 판매사업도 위기에 빠졌다. 미국 컴팩의 국내 유통사였던 한국컴퓨터는 끝을 모르고 치솟는 환율 때문에 무려 70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다. 금리까지 덩달아 치솟아 숨통을 조였다. 워크아웃 직후 한국컴퓨터의 차입금은 1천82억원.자금을 조달할 당시 금리는 14~15%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32%까지 올랐다. 게다가 금융기관들이 생존차원에서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74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결국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됐다. 한국컴퓨터는 워크아웃 직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1천명에 가깝던 직원은 1년새 7백명으로 줄었다. 한계사업을 철수하고 계열사도 매각과 통폐합을 통해 9개에서 3개로 줄였다. 자산도 매각했다. 마포사옥을 포함해 99년 말까지 모두 2백8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다. 작년에는 서울방송 주식 2백60억원 어치를 처분했다. 치열한 자구노력 덕분에 한국컴퓨터는 98년 1천82억원이던 차입금을 작년초 5백20억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동일한 기간 부채비율은 9백%에서 1백68%로 떨어졌다. 올해는 부채비율이 더욱 낮아져 81%에 머물고 있다. 결국 작년 4월 "경영 정상화를 통한 워크아웃 졸업 첫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컴퓨터는 지난 2월 김기용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인하대 공대를 졸업하고 지난 81년부터 한국컴퓨터에서 일해 온 대표적인 "한국컴퓨터맨"이다. 김 사장은 "한국컴퓨터는 금융분야 전문업체인 만큼 금융권 영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 카드 증권 등 차세대 시스템과 백업시스템 구축사업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해 온 인터넷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전략사업본부 소속으로 운영되던 IDC(한네트인터넷데이터센터),서버 사업부문,네트워크 사업부문을 통합해 지난 4월 별도법인을 세웠다. 작년 개발완료한 웹 기반 금융단말기 보급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컴퓨터는 또 새로 개발에 들어간 ATM에 신규 계좌개설 및 대출업무 등 무인 업무처리 기능을 추가하고 자회사인 한네트가 갖고 있는 국내 최대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영역을 인터넷 기반으로 확장시켜 나갈 방침이다. 김 사장은 "한국컴퓨터는 워크아웃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난 새로운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앞으로 내실있는 경영으로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