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진출 3社 3色 .. 삼성.LG.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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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확정 이후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 LG SK 등이 특히 적극적이다.
이들 3개 그룹은 지난 10월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중국에서 사장단회의를 열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향후 전략을 논의했다.
특이한 것은 이들 3개 그룹이 세계 최대시장 선점이라는 전략적 지향점은 같이 하면서도 이의 달성을 위한 전술에서는 '3사(社)3색(色)'으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삼성은 대도시와 해안지역의 고소득층을 주 타깃으로 삼는 고급화·차별화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에 비해 LG는 고소득층부터 저소득층까지,해안지역에서부터 내륙지방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전방위 거점 확보전략을 펴고 있다.
또 SK는 현지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사의 경영이념과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또 하나의(중국 속의) SK'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 =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전자계열 사장단회의에서 "저임(低賃)의 생산기지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중국사업을 고급화·차별화를 통한 브랜드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하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이제는 중국을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이같은 전략은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져 고가(高價)전략이 먹힌다는 점과 세계 각국기업의 현지 진출로 이들과 차별화하지 않고서는 시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
삼성전자 애니콜의 경우 중국내 판매가격이 노키아나 에릭슨보다 비싼데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려 현지에 값비싼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에 고무돼 중국시장에 고가 노트북인 '센스큐'도 출시했다.
삼성은 중국 현지공장도 소득 수준이 높은 해안지역에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VCR·컬러TV·모니터공장을 비롯해 삼성의 중국내 전자관련 생산법인 중 대부분이 톈진에 몰려 있다.
나머지 현지법인도 상하이 선전 등 개발이 잘돼 있는 연안도시에 집중돼 있다.
업종별로는 전자부문의 사업을 강화하면서 특히 휴대폰과 통신장비 등 통신 분야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LG = LG의 중국 공장은 톈진과 같은 대도시 주변이나 해안은 물론 후난성 창사,장쑤성 난징과 타이주,랴오닝성 선양,광둥성 헤이주 등 내륙지방 깊숙이까지 고루 퍼져있다.
업종도 전자뿐만 아니라 PVC 등 석유화학 분야에도 대단위 투자를 하고 있다.
오지 마케팅까지 나설 정도로 폭넓게 중국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구본무 LG회장은 지난 95년 취임 이후 매년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LG는 백색가전과 화학 중심의 중국시장 공략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상하이 사장단회의에서 구 회장은 새로운 전략 전환을 제시하기보다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대한 공략 강화 방침을 재확인하는데 무게를 뒀다.
LG는 백색가전 분야에서 강세다.
LG전자는 중국에서 에어컨,전자레인지가 치열한 시장경쟁을 뚫고 각각 시장점유율 7위와 2위를 차지해 해외기업으로는 드물게 10위권 내에 들었다.
톈진법인을 창원에 버금가는 제2의 가전단지로 키운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TV를 생산하는 선양 법인은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TV를 많이 수출한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LG는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형태로 기업을 설립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중시하는 중국정부의 방침에 따라 회사가 노조 설립을 적극 권장하는 등 중국의 사회ㆍ경제적인 환경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쳐 왔다.
◇SK = SK는 '중국 속의 SK'건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SK의 경영기법과 기업문화를 공유하면서 현지인에 의한,현지인을 위한,현지인의 기업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말한다.
국내기업의 현지법인이 아니라 독립적인 현지기업으로 키운다는 것.
이를 위해 지난 7월 중국사업 전진기지인 SK차이나 대표에 중국인 셰청씨를 영입했다.
또 현지인 중에서 전문가 38명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국내 직원 중에서 중국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삼성과 비교된다.
SK의 통신 등 정보기술(IT)과 생명과학,도로·자동차 관련사업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IT 분야에선 SK텔레콤이 중국의 CDMA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에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3세대 이동통신 시범망 구축과 운용에도 SK텔레콤의 노하우를 제공하고 향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명과학사업을 위해선 상하이에 내년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SK는 중국 투자규모 등에선 삼성이나 LG에 크게 뒤지지만 인지도 제고를 위해 오래전부터 중국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판 장학퀴즈라 할 수 있는 장원방을 개최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손희식·김성택·김태완·이심기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