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한 금융실명거래법 개정내용은 국가기관의 불법·편법 계좌추적을 막고,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조항들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입법조치다. 계좌추적시 정보요구자가 명시해야하는 요건을 기존의 거래자 인적사항과 사용목적, 거래정보 내용 이외에 거래기간과 법적근거 등을 추가하고 특히 요구기관 담당자·책임자의 성명과 직책 등을 반드시 제시토록 한 것은 그동안 관행화되다시피한 영장없는 계좌추적이나 오·남용의 제동장치로서 뒤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또 정보를 제공한 금융기관들이 명의인에게 정보제공 사실을 10일이내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가 시행령으로 규정돼 있었으나 이를 법 조항으로 끌어 올리고,어길 경우 벌칙을 가하도록 새롭게 규정한 것은 사생활 및 인권보호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리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정보 요구자가 세무조사나 사건수사 등을 이유로 통보유예를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보다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6개월을 원칙으로 하되 3개월씩 2회에 걸쳐 연장할 수 있게 함으로써 최장 1년간 통보유예가 가능해 사생활보호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미흡하다고 본다. 어쨌든 이번 법개정으로 그동안 국가기관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자행돼 오던 계좌추적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근절되리라고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특히 불가피할 경우에만 적용돼야 하는 예외조항들이 남발될 경우 오·남용의 소지는 여전하다. 이를 어떻게 예방하느냐가 이번 법개정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본다면 이에 대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기관들이 하루빨리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떨쳐버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근자에 계좌추적권을 달라고 요구한 기관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이미 올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한이 끝난 계좌추적권을 연장했고,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신설된 금융정보원은 그렇다 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까지 계좌추적권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틀안에서도 관계기관간 협조를 통해 정책목적 달성이 충분한데도 업무의 실효성과 신속성 만을 강조해 계좌추적권을 요구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다. 국회는 기존 법률의 보완에 그칠 게 아니라 계좌추적기관의 정비 등에 대한 근본적인 입법조치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물론 기업의욕을 좌절시키는 일이 없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