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과 경기여건의 마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가가 개인 매수세 폭발에 추진력을 얻어 650선을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지난주 폭락 뒤 급반전 속에서 종합지수 630 수준을 지지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이 지수상승을 위한 기초적 자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개인의 매수세로 630선이 지지됐다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매수 폭발이 미수금을 동반하고 있어 다소 과열징후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 등 국내외 경기 펀더멘털의 뒷받침 없이, 또 대형주의 추가상승 모멘텀 없이 전고점 680선을 돌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 역시 새겨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장은 하이닉스가 움직였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놀테크놀로지와의 전략적 제휴 기대감에다 진념 부총리의 '연말 해결 기대' 발언에 따라 상한가로 치솟았다. 거래량도 5억4,300만주로 전체 거래량 8억8,400만주의 60%를 독식했다.
◆ 유동성 바탕 시장분위기 호전, 630선 지지 확인 = 3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6.77포인트, 1.05% 상승한 650.66으로 마감, 지난 금요일에 이어 이틀째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71.03으로 전거래일보다 0.51포인트, 0.72% 상승, 사흘째 오름세를 지속했다.
코스피선물 12월물은 80.90으로 전거래일보다 1.05포인트, 1.31% 올랐고, 코스닥선물 12월물은 91.75로 0.75포인트, 0.82% 상승했다.
이날 거래소 종합지수는 오전 장중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에 밀려 631까지 떨어졌다가 저가매수세로 지지된 뒤 오후장에서는 654까지 상승하는 등 장중 변동폭이 20포인트가 넘는 등 최근 변동성 장세를 실감나게 했다.
개장초에는 미국 경제지표 약화에다 미국 주가의 상승제한 등에 따라 선물 약세가 빚어지면서 누적된 차익매수잔고에서 청산 매물이 급증한 장세가 오전장을 이끌었다면 오후장에서는 하이닉스의 전략적 제휴 등의 기대감이 장을 반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시장에서는 지수관련 대형주가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처럼 된 상태에서 10조원 안팎의 고객예탁금 등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개인이 집착할 곳이 하이닉스였고 그와 연관되며 증권, 은행주 등 대중주로 매수세가 확산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시장의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 630선지지를 확인한 뒤 호재성 재료가 나오자 개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듯 싶다"며 "그러나 개인이 미수금을 동원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 다소 과열 조짐도 일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거래소에서는 개인이 1,289억원, 외국인이 904억원을 순매수했으며, 기관은 증권과 투신 등의 프로그램를 주축으로 2,050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 15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이 각각 19억원과 105억원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도는 차익 1,710억원, 비차익 1,160억원을 합쳐 모두 2,870억원 수준이었고, 매수는 비차익 810억원을 위주로 1,100억원이 유입됐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와 운수창고가 3% 이상 상승하고 증권, 운수장비, 은행, 종이목재 등이 상승세를 주도한 반면 통신과 비금속광물, 전기가스업, 보험, 종금 등이 약세를 보였다.
종목별로는 하이닉스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삼성전자가 3% 가까이 상승한 가운데 현대차, LG전자가 4% 이상 급등했다. 반면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신한지주 등은 기관 매도에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에서는 강원랜드가 지수편입을 앞두고 9% 급등한 가운데 KTF, 국민카드, 기업은행, 휴맥스, 엔씨소프트 등이 상승했다. 반면 LG텔레콤이 밀리고 새롬기술, 다음, 한글과컴퓨터 등이 약세를 보였다.
거래소에서는 장중 하락종목이 상승종목을 앞서기도 했으나 장후반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상승종목은 상한가 29개를 포함해 487개로 하락종목 304개보다 많았다. 코스닥에서는 319대 300개로 하락종목이 상승종목보다 많았다.
◆ 지수 620∼680선 등락, 변동성 장세 예상 = 시장에서는 지수 630선에 대한 지지력이 확인된 것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시장은 장중 출렁임 속에서 변동성을 확대하는 장세가 좀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도 확인된 것처럼 매수차익잔고 누증에 따른 부담감이 12월 둘째주 선물옵션 만기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도 1,700억원 규모의 잔고가 청산돼 다소 가벼워졌으나 시장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 발표가 시장에는 과거치로 치부되는 듯하지만 투자자들의 마음 한 켠을 억누르고 있다. 미국의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가 지난주 차익매물을 맞으며 추가상승이 억제되는 모습도 목격되는 현실이다.
미국은 이번주 제조업 경기를 가름하는 전국구매관리자협회(NAPM) 지수발표를 비롯해 금요일 실업률까지 경제지표 발표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아무리 내년 경기회복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지만 시스코나 인텔 등주요 기업들의 실적예고 공표에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 시간으로 3일 발표되는 11월중 NAPM지수의 경우 41대로 10월 39대보다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다.
그러나 NAPM지수를 통해 구분하는 경기상승의 기준점인 50에 빗대어 보면 한참 아래 수준이어서 회복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증권의 이영원 연구위원은 "개인의 유동성으로 630선이 지지되긴 했으나 미국 등의 경제펀더멘털이 확인되기 전에는 670∼680선을 돌파하긴 힘들 것"이라며 "11월 NAPM 등이 개선되더라도 지난 9월에는 45 위였다가 급락했고 실업률도 악화될 것이어서 추가상승의 동력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기 역시 현재 수출이 9개월째 급락한 상황이고 설비투자 등의 기대감이 덜한 상태에서 내수와 경기부양 효과만으로 V자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의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국내는 그나마 내수부양효과로 버티고 있어 싱가포르나 대만보다는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으나 한계는 있다는 얘기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미국 경기나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경기가 V자 회복보다는 U자형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으나 회복강도가 적을 때는 다시 조정압력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대형주, 금융주 위주로 시장이 급등한 이래 이번주 지수관련 대형주의 약세라는 반작용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물시장 동향과 프로그램 매물, 경제지표 등의 영향을 감안할 때 내수관련주나 중소형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