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고광철 < 워싱턴 특파원 > ] 앤 크루거 IMF 수석부총재는 지난 3일 한국의 IMF체제 편입 4주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는 기업의 결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이 상호 경쟁할수 있는 공정한 여건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지난 4년간 한국이 이룬 성과를 평가해 주십시오. "지난 97년 말 이후 거시경제적으로는 실업이 줄고 인플레가 잡혔습니다. 견고한 국제수지 흑자 기조로 외환보유액이 1천10억달러로 늘었습니다. 또 위기를 촉발시켰던 약점을 치유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폭넓게 단행했습니다" -3년으로 설정된 IMF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IMF의 빚도 당초 일정보다 빨리 갚았습니다. 이런 성과를 가져온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을 정면 돌파한 정치적 리더십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적 지지입니다. 또 구조개혁을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추진했던 것이 위기의 근본원인을 치유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데 주효했다고 봅니다" -한국이 다른 나라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또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입니까. "국제 언론들은 한국이 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는 것을 획기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완전한 모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또 아직도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기업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채를 더 줄여야 하고 사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비핵심 자산을 처분하며 생존할 수 없는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실패한 기업을 청산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런 기업들은 국부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기업도산체제를 개혁하려는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부문도 건전성이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건전하고 민영화된 은행이 주도할 때 비로소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가능합니다. 국유화된 은행의 민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고 이를 이행하는 것으로 축소돼야 합니다" -일부 개도국들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높은 외환보유액, 변동환율제도 등을 갖춰 국제금융시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과 금융부문의 약점은 여전히 대외 취약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적절한 거시정책과 구조조정 노력을 병행하면 다른 신흥시장이 직면할 수 있는 파도를 넘어설 것입니다. 국제금융시장도 한국의 전망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본의 장기 침체는 한국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한국과 일본의 교역관계는 예전보다 줄었습니다. 이미 중국이 한국의 2대 교역파트너로 부상했습니다.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보다는 세계경기 및 반도체경기 등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IMF 연차 협의단이 한국에 재정과 금리정책을 완화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우려는 없겠습니까. "한국이 주변국들보다 경기 하락을 잘 견뎌내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견조한 성장세로 돌아서기는 어렵습니다. 해외 수요가 적을 때는 경기 진작적인 거시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인플레 우려가 작아 거시정책 수단을 사용할 여유가 있습니다. 국가 부채도 감당할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2002년에는 감속 성장에 따른 자동 세수 감소분 이상으로 재정 적자폭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또 한국의 지도자들은 구조개혁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임을 알기 때문에 신축적인 거시정책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가속적인 구조조정만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가를 높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외환보유액이 1천10억달러로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규모의 적정성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단기 대외부채의 2배 수준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재적인 대외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가 될 것입니다" -국가 부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공적자금 회수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십니까.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최대한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다고 회수가 유일한 목표가 돼서는 곤란합니다.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7%,정부가 보증해서 발행한 채권은 GDP 대비 20% 정도로 감내할만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공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내년부터 도래하지만 정부가 차?발행할 수 있고 만기를 연장할 수도 있는 만큼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국유화된 은행의 정부 지분 매각과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매각 등을 늦추는 것은 오히려 비용만 더 늘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정부가 갖고 있는 은행 지분을 팔더라도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오래 전 발생한 여신에 대한 손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