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소매업' 실태분석] 벼랑 끝 소매점포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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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공동 실시한 중소 소매업 실태조사 결과는 벼랑 끝에 몰린 소매유통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형 할인점이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67%의 매출 성장을 보인 반면 올해 국내 중소 소매업체의 매출체감도는 지난 98년에 비해 오히려 25.9%나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당시보다 더 못살겠다는 중소상인들의 푸념이 단순한 푸념은 아니었던 셈이다.
지난 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계 대형 할인점들이 국내 유통시장을 휩쓸면서 국내 중소 업체들의 생존기반이 위협받고 있는 것.
따라서 영세하고 후진적인 국내 소매점포를 체인형 구조로 대형화하고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등 선진적인 경영관리기법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영업 현황 =매장면적 3천㎡(9백7.5평) 이상의 대규모 점포와 무점포 소매업을 제외한 중소 소매업의 연간 총매출액은 지난해 1백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업종별로는 기타상품 전문소매업이 24조7천억원(23.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종합소매업 21조원(19.9%) △섬유.의복.신발.가죽제품 소매업 18조6천억원(17.6%) △음식료품.담배 소매업 16조9천억원(16.0%) △가전제품.가구.가정용품 소매업 15조6천억원(14.8%)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소매업 8조2천억원(7.8%) 등의 순이었다.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1천1백37만원이었다.
그러나 슈퍼마켓(6천2백94만원) 가전제품(4천1백11만원) 가스연료(3천5백92만원) 등 일부 업종은 전체 평균의 3∼5배의 매출을 올렸다.
월평균 매출이 1천만원을 밑도는 점포가 65%나 됐다.
중소 소매점포의 매출 감소는 대형 할인점의 급속한 점포 확장(32.7%)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27.4%)이 주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경쟁 점포의 출현(20.7%)과 상권 변화(9.9%)도 영세 소매업자의 영업 환경을 악화시켰다.
부문별로 보면 지하상가 입주점포는 소비위축(38.3%)을, 시장 입주점포는 대형 할인점의 출점(38.7%)을 각각 주요 매출 감소요인으로 꼽았다.
또 POS를 이용하는 점포가 3.4%에 그쳐 소매업의 정보화가 크게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체인화편의점(1백%) 슈퍼마켓(42.0%) 남녀정장소매업(18.8%) 서점(9.6%) 등이 POS 이용에 적극적이었다.
중소 소매업자들은 POS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조세감면 확대(40.9%)와 구매자금 지원(25.9%) 등이 절실하다고 응답했다.
◇ 업태 현황 =국내 중소 소매업체수는 지난 99년 현재 68만8천25개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14만6천5백16개, 경기 10만2천6백46개, 부산 6만3천2백49개 등 대도시와 수도권에 점포가 밀집된 상태다.
업종별로는 기타상품 전문소매업(24.2%)이 가장 많았고 음식료품.담배 소매업(20.6%), 종합소매업(20.1%), 섬유.의복.신발.가죽제품 소매업(19.8%) 등이 뒤를 이었다.
인구 1천명당 점포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9개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경기(11.4개) 인천(12.5개) 서울(14.8개) 등이 평균을 밑돈 반면 제주(19.1개) 강원(18.7개) 전북(18.7개) 등은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영업년수(업력)는 3년 미만이 38.7%로 IMF 관리체제 이후 실직자들이 대거 생계형 소매업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 자금이용 현황 =조사대상의 57.7%인 7천7백92개 점포가 최근 5년간 돈을 빌려 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차입처(복수응답)는 은행이 68.6%로 가장 많았으며 친지(23.6%) 제2금융권(16.4%) 공공기관(8.4%)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린 점포도 2.7%에 달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