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영학석사 양성을 위해..尹桂燮 <서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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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석사(MB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외 유명대학의 MBA 학위는 높은 연봉과 취업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MBA 지원자는 2000년 현재 2천명을 넘어섰는데,실제 입학생은 약 4백명이다.
이들이 1년에 지출하는 외화는 1천6백만달러 정도이지만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해외 명문대 출신 MBA를 채용하기 위해 현지 순방 채용설명회를 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화 전략과 함께 이들에 대한 수요는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지역 대학 출신 MBA는 인기가 점차 시들해지고 있는 가운데,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이 MBA과정을 신설했고,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대학들이 미·유럽 명문대와 제휴해 경영대학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해 성균관대 연세대 세종대에서 MBA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30여개 대학이 야간 MBA과정을 설치하고 있는데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내년에 우리나라의 교육시장이 개방되면,해외대학들이 적극 진출해 국내 대학과 제휴하거나 독자적으로 MBA과정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명문대학들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는 국내 대학들은 이제 외부의 침입과 국내 대학 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될 것이다.
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일반 대학원 석사과정은 2년 동안 24학점 이상의 교육과 논문을 쓰게 돼 있다.
그런데 경영학 석사 과정은 학문의 성격상 60학점 이상의 교육과 실무적으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영학 교육은 미국 일변도의 이론을 중심으로 진행,'한국적'이라기보다는 '수입이론'을 강의해 국내기업과의 괴리가 심하다.
그 결과 일부기업은 채용 후 6개월 이상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유럽에서는 11개국이 연합해 각국 회사에서 인턴을 실시,현장에서 문제를 풀고 논문을 쓰는 등 실제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과 회사가 밀접하게 연결돼 채용여부가 결정된다.
경영대학원 운영에 있어 후발국가인 싱가포르는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5년 동안 1억싱가포르달러 이상을 지원,미국의 와튼 MIT 및 유럽의 INSEAD대학을 끌어들였다.
미국의 대학 졸업생 중 약 4분의 1은 경영학 학사다.
이들 중 우수 졸업생은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하지만,대부분은 직장 경력을 쌓은 후에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런데 MBA과정 입학생의 출신 배경은 경영학과 학생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분야 전공자들이다.
이에따라 경영학의 성격과 같이 다양한 학문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기업은 이들 MBA의 최대 수요처이면서도 실용적인 교육 및 각종 연구자료를 공급,산학협동을 이룩하며 경영대학원의 교육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MBA과정을 성공시키려면 첫째,해외에서도 인정할 만한 역량있는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
또 수준 높은 수업을 유지하기 위해 경영전략 재무 금융 등 전공분야를 특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한국기업에 대한 사례연구를 강화해 우리기업의 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외 대학에서도 관심이 매우 높다.
셋째,해외 MBA를 채용하는 이유가 국제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영어 구사력임을 감안,입학생 선발 때 영어능력을 강조하고 실무영어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들의 점유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넷째,위의 조건에 따라 공부한 국내 MBA 졸업생들이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해외기업에 진출할 수 있게 훈련시켜야 한다.
다섯째,교수들에 대한 높은 급여와 학교재정 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교육시장도 이미 국제경쟁에 휩쓸려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없으면 우리 시장을 통째로 내주게 될 수도 있다.
미래의 최고경영자를 양성하는 경영대학원이 외국대학 주도로 운영된다는 것은,바로 한국경제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기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대학원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이 시급하다.
kesop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