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찾은 미국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에 있는 300㎡ 규모 ‘J 셰일가스정(井)’은 흔한 시골 농가의 모습이었다. 높이 2m, 넓이 10㎡짜리 배관과 탱크가 이곳이 가스정이란 걸 알려줄 뿐이었다.J 셰일가스정의 주무대는 지상이 아니라 땅속이다. 암석층에 숨어 있는 셰일가스를 뽑아내는 역할을 하는 유정관은 땅속으로 4㎞, 옆으로 4.8㎞나 뻗어 있다, SK이노베이션 E&S(SKI E&S)와 미국 최대 석유·가스 개발 기업 콘티넨털리소스가 사업권을 확보한 우드퍼드에는 이런 가스정이 208개나 있다. 이 지역 매장량은 액화천연가스(LNG) 환산 기준 최대 20억t이다. 이는 한국이 약 40년 동안 쓸 수 있는 물량이다. SKI E&S 관계자는 “셰일가스 채굴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동산 LNG보다 낮은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추가 투자로 미국 내 가스전 영토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중동산보다 20~30% 저렴SK 등 국내 에너지 기업이 미국 셰일가스 개발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화석연료의 귀환’ 카드를 꺼내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방침에 따라 셰일가스 개발 관련 규제가 하나둘 풀리는 데다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로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미국산 LNG는 중동산 LNG보다 20~30% 저렴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국내 기업의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작전’은 투트랙으로 이뤄진다. LNG 가스전 지분을 매입해 직도입하는 방법과 가스전을 보유한 회사에서 사들이는 방법이다. SKI E&S는 지분 투자 방식으로 가스전 추가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이 회사는 2014년 우드퍼드 가스전에 3억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한 건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가스전 개발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선봉에 선 회사는 한국가스공사다. 가스공사는 12개국에서 23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가스전으로 평가받는 모잠비크 4광구 지분도 10% 들고 있다. 2022년 생산에 들어간 이곳에 매장된 천연가스 추정량은 74Tcf(테라입방피트)로, 한국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가스공사는 2011년 지분 15%를 매입한 호주 글래드스톤 LNG 광구에서도 2016년부터 매년 300만t씩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포스코인터내셔널도 해외 가스전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표 광구는 미얀마 북서쪽 해상 A1·3 광구로 2013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 하루 평균 5억cf(입방피트)씩 생산한다. 최근 광구 내 4곳을 추가 시추하고, 해저 배관 등을 증설하기 위해 9263억원을 투입했다.SK이노베이션 E&S는 미국 오클라호마 우드퍼드 가스전 외에 호주 북쪽 티모르 해역에 있는 바로사 가스전 지분 37.5%도 보유하고 있다.하지만 국내 기업은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일대에 묻힌 천연가스를 주요 소비처와 가까운 알래스카 남부까지 보내려면 1300㎞짜리 가스관을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워낙 긴 데다 극한 추위와 강풍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바닷길로 LNG를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알래스카 서쪽 베링해는 여름철 3개월 정도만 배가 다닐 수 있어서다. 알래스카 남부 북태평양은 북극 유빙(流氷)이 떠다니는 데다 풍랑도 세다. 그래서 일반 LNG운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가장 큰 무기는 중동산 LNG 대비 저렴한 가격이다. 중동산과 미국산 LNG는 가격 산정 방식 자체가 다르다. 미국산 LNG는 통상 천연가스 배관망이 모여 있는 루이지애나주 헨리허브 지역의 현물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수입한다. 반면 중동산 LNG는 유가 연동 방식으로 수입 가격이 정해진다.유가가 높을 땐 LNG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요즘처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를 오가고, 헨리허브 현물 가격이 MMbtu(미국 가스 열량 단위)당 4달러에 머무르면 미국산 LNG는 중동산보다 20% 정도 싸다. 업계 관계자는 “성분 차이도 크지 않아 중동산 LNG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셰일가스전을 직접 보유하면 수익성은 더 높아진다. 미국 우드퍼드가스전 지역 사업자의 생산 비용은 MMbtu당 2달러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최신 시추 기술을 적용한 것도 높은 수익성에 한몫했다. 여기에 배관을 통한 천연가스 운반과 액화 비용을 더해도 4달러 안팎인 헨리허브 현물 가격보다 상당폭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파 등으로 LNG 가격이 급등하면 가스전 사업자의 수익성은 한층 올라간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21년 2월 라니냐로 미국 텍사스 지역에 한파가 왔을 때 MMbtu당 800달러에 LNG를 판매했다.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산 가스도 해외 시장에 나온다”며 “LNG를 싸게 들여오면 국내 발전사 실적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