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내년 1월부터 보험회사의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 총자산의 40% 이내로 묶여 있는 보험사의 상장주식 투자한도를 폐지하고,1% 이내로 돼 있는 비상장주식 투자한도도 폐지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견 보험사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완화로 볼 수도 있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정부가 내년의 양대 선거를 의식해 보험자산의 특성을 무시하면서까지 증시부양에 급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들의 주식투자비중이 총자산의 5∼6%에 불과해 한도가 충분히 남아 있어 한도확대가 절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류의 의구심을 갖게 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주가폭락으로 보험사들이 큰 손실을 입을 경우 역마진과 금융권 간 경쟁심화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회사들의 경영을 두고두고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증시부양책으로 추진된 보험·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대부분 실패로 끝난 전례가 있는데다 보험회사들의 주식운용 능력에 비춰 볼 때 그 개연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식투자 한도를 폐지하기에 앞서 보험회사들이 적정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하고,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 체계를 확립하는 일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은 여야간 논란을 빚고 있는 연기금 주식투자확대 문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 등 구조적으로 상당기간 기금적립액이 지출액을 초과할 연기금에 대해 주식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이미 우리 국민들의 최대 저축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들의 노후생활 보장은 물론이고 기관투자가 역할정립을 통한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 등 연기금의 자산운용 능력을 보면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 과거 정부가 걸핏하면 연기금을 증시부양 수단으로 동원해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적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보험이든 연기금이든 자산운용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그러나 한도폐지가 투자에 대한 책임과 자율확대보다는 보험· 연기금 자금을 동원한 인위적인 주가부양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