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이후 고교마다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렸다. 정시모집 원서접수기간(10~13일)이 코앞에 닥쳤지만 지원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데 기준이 될만한 자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4일 고교 교사들에 따르면 일단 사설입시기관들의 배치표를 참고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해 "참고용"이상의 높은 신뢰를 보내기에는 미흡한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답답한 마음에 입시상담 인터넷사이트까지 찾아다니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면서 교사들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일단 안전지원할 것을 권하고 있어 이번 입시에서 하향지원 현상이 뚜렷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총점 미공개 항의 빗발=교육부가 총점 기준 누가성적분포표를 공개되지 않은데 대해 수험생과 학부모 진학지도 교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들의 항의가 모이는 곳은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총점분포표를 공개하라는 수험생들의 항의게시물이 1백여건 이상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입시 담당과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도 항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수험생"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대학별 줄세우기는 석차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없어질 성질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실제로 총점을 반영하는 대학이 적지 않으니 말입니다. 수험생들의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고3담임"은 "새벽1시가 되어가는데도 잠이 안온다"며 "조금 있다가 아이들과 상담해야 하는데 아이들 성적이 어느 위치인지 알아야 어느 대학,어느 학과에 지원하라고 말하지요. 고3담임 5년차인데 바보가 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상담사이트 인기= 수능정보에 대한 갈증을 사이버공간에서 풀어 보려는 수험생들도 크게 늘어났다. J&J교육미디어(www.jnjedu.net) 에듀토피아(www.edutopia.com) 마이스쿨(www.myschool.co.kr) 등 대입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수능 이후 자신의 성적대에 맞는 대학을 찾는 수험생들의 문의가 폭주했다. 대입관련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수능성적이 폭락하면서 "도와달라"는 내용의 메일이 하루에 수백통씩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S고의 김모 교사는 "일부 교사들마저도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보고 있지만 속시원한 자료는 구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계속되는 혼선,대책은 없나=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부는 이날 의견 청취를 위해 일선 고교의 진학담당교사들을 불러 모았으나 "교육부가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유병화 실장은 "교육부의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영역별 누진표는 실제로 쓸모가 없어 교육부가 빨리 총점 누가분포표를 공개해 수험생들의 지원전략 수립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화여고 장은식 교사는 "영역별 반영,원점수,변환표준점수,영역별 가중치 등 수능성적 통계와 대입전형이 지나치게 복잡해 일선 교사들조차 혼란스럽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학지도에 기준이 될 수 있는 총점 누가분포표가 발표되지 않아 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교사는 "진로지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없는 상황에서는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수험생들에게 일단 하향지원을 권할 생각이지만 올바른 지도가 아닌 것같아 괴롭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