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이후 고교마다 진학 지도를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 비상이 걸렸다. 전형방법이 너무 복잡·다양한데다 총점 누가분포표마저 공개되지 않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일단 사설 입시기관들의 배치표를 참고하고 있지만 결국 '추정'에 불과해 높은 신뢰를 보내기에는 곤란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정시모집 원서접수기간(10∼13일)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어 교사 수험생 학부모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 최적의 지원 전략을 찾아라 =이번 대입은 '미로 찾기'에 비유되고 있다. 극히 일부 최상위권을 제외한 수험생들은 눈높이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혀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학생을 성적순으로 세워놓고 지난해 배치기준에 맞춰 지원토록 할 것을 검토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 S고의 한 교사는 4일 "일단 학생들한테 수능 총점을 모두 더해서 제출하라고 했다. 전국 단위의 석차가 나오지 않으니 학교내에서만이라도 성적순대로 줄을 지어보기 위해서"라며 "그런 뒤 지난해 졸업생들의 석차와 지원대학을 참고해 진학지도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Y고 임모 교사는 "주요 대학 가운데 30∼40개 정도를 골라 집중적으로 입시요강을 '연구'하고 있다"며 "입시전형이 다르고 복잡해 나머지 대학의 입시요강은 솔직히 학생들보다 모를 때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 K고의 김모 교사는 "그렇지 않아도 요강이 복잡해 정신이 없는데 지난해에 비해 원서 접수기간이 1주일 앞당겨진 것도 큰 부담"이라며 "다음부터는 어떤 형식으로든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게 많은 교사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 상담 사이트 인기 =수능 정보에 대한 갈증을 사이버공간에서 풀어 보려는 수험생들도 크게 늘어났다. J&J교육미디어(www.jnjedu.net) 에듀토피아(www.edutopia.com) 마이스쿨(www.myschool.co.kr) 등 대입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수능 이후 자신의 성적대에 맞는 대학을 찾는 수험생들의 문의가 폭주했다. 대입 관련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수능성적이 폭락하면서 '도화달라'는 내용의 메일이 수백통씩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석차 공개하라" 항의 빗발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교육부에는 총점 석차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입시 담당과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도 항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수험생'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대학별 줄세우기는 석차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없어질 성질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실제로 총점을 반영하는 대학이 적지 않으니 말입니다. 수험생들의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고3담임'은 "새벽 1시가 되어가는데도 잠이 안온다"며 "조금 있다가 아이들과 상담해야 하는데 아이들 성적이 어느 위치인지 알아야 어디에 지원하라고 말할 것 아닌가. 고3 담임 5년차인데 바보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험생들에게 일단 하향지원을 권할 생각이지만 올바른 지도가 아닌 것같아 괴롭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총점 석차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남수 대학지원국장은 "총점제 폐지는 창의성 있는 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이므로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