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책 속으로] 난세 영웅서 배우는 '경영 한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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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을 통해 배우는 국가경영과 조직관리의 노하우.광활한 중국 대륙의 황제들은 영욕으로 점철된 역사의 고빗길을 오랫동안 갈고 닦은 경륜과 지혜로 넘었다.
번뜩이는 칼과 난무하는 깃발로 어지러웠던 중세의 일본에서는 타고난 카리스마로 국가 기틀을 세운 영웅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난세의 위인들이 보여준 리더십의 요체는 21세기에도 의미있는 교훈을 전해준다.
전18권 가운데 6권까지 출간된 "건륭황제"(이월하 지음,한미화 옮김,출판시대,각권 8천원)는 강희.옹정.건륭 3대에 걸쳐 황금기를 구가한 청(淸)왕조의 명암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강희대제"(전12권)와 "옹정황제"(전10권)에 이은 "제왕삼부곡"의 완결편.장쩌민과 리펑 주룽지 등 중국 지도자들이 필독서로 택해 더욱 화제를 모았으며 "훔쳐서라도 읽어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건륭은 비교적 순탄하게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할아버지 강희와 아버지 옹정이 73년동안 닦아놓은 터전위에서 60년간 경세제민의 화려한 업적을 이뤘다.
건륭이 즉위했을 때 청나라는 평화로운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의 부패와 부정으로 조금씩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이를 빨리 발견하지 못한 것이 건륭의 최대 실착이었다.
그는 문화를 부흥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자기 중심의 획일화된 "문화통일"을 시도했기 때문에 "문자옥(文字獄)"을 불러왔다.
그는 또 중국이라는 나라 밖에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고 우물 안 개구리를 자처하는 폐관쇄국(閉關鎖國)정책으로 스스로를 가두고 말았다.
뒤집어 보자면 그의 실패는 왕조의 말기에 해당하는 약점들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거기에 비친 그림자를 발견하고 거꾸로 활용하는 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다.
실제로 건륭은 지식과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감정이 여리고 성격이 긍정적인 인물이었다.
문무를 겸비하고 지혜와 용맹을 구비했으며 성격도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매사에 침착하고 멋스러운 풍류를 보인 건륭의 긍정적인 성격들이 불행하게도 부패한 봉건왕조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반해 "옹정황제"는 좀 더 선이 굵다.
그는 현대 중국의 주룽지를 연상시킨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냉혹한 결단을 내리는 면부터 닮았다.
국가기강을 세우고자 사형 명령을 연발하던 옹정제와 밀수선박은 추격할 필요도 없이 바로 포격하라는 주룽지.모든 욕은 내가 먹겠다며 관을 준비하라고 배수진까지 친다.
옹정제는 조선 역사 속의 태종 이방원처럼 피비린내를 풍기며 등극했다.
강희제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골육상쟁을 거쳐 대권을 잡은 중국판 "용의 눈물" 주인공이다.
그는 13년간의 통치를 통해 냉혈왕으로 불릴만큼 강력한 정치를 펼쳤다.
중요한 국사는 반드시 직접 지휘했고 아무리 인기 없는 개혁정책이라도 과감하게 밀고 나갔다.
마흔다섯에야 황제가 된 그는 궁중정치의 음모와 갈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등극하자마자 사정없이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재등용도 파격적이었다.
과거제가 붕당의 요인이 된다며 직접 사람을 골라 썼고 가장 강력한 정치를 펼칠 수 있었다.
오늘날의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갖춰야 할 경영의 지혜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일본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로 꼽히는 오다 노부나가.
그는 중세의 낡은 가치관을 극복하고 일본 근세사회의 기반을 확립한 난세의 인물이다.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을 완성한 인물이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면,오다 노부나가는 변혁기의 혼란을 평정해 이에야스가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준 창조자였다.
도쿠가와가 여론과 인간관계를 중시한 데 비해 오다는 독자적 판단과 카리스마를 중시했다.
시대 상황이 달랐던만큼 경영스타일도 달랐던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의 카리스마 경영"(도몬 후유지 지음,이정환 옮김,경영정신,8천5백원)은 탁월한 조직관리와 인간경영을 펼쳤던 그의 전략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조명한 책이다.
오다 리더십의 요체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버려라" "전력투구하지 않는 부하는 축출하라" "직접 생각하고 직접 조사하고 직접 실행하라" "부하들의 성공욕구를 자극하고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독단적일 정도의 강력한 힘이 그를 천하의 패권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카리스마만으로 최고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노부나가의 또다른 강점들을 제시한다.
그는 정보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것을 미리 간파했으며 무엇보다 경제부흥이 국가존망을 좌우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했다.
이같은 조건 위에서 자신감을 발휘한 것이 그의 진정한 힘이었다.
부하들도 확실한 목표와 결단력 때문에 그를 믿고 따랐다.
한치앞을 볼 수 없는 난세에 카리스마 리더십이 왜 중요한가를 칼끝처럼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