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국가적 위기와 기회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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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행크 < 美 존스홉킨스대 교수 >
미국이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자 기회주의자들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쟁 경기침체 등 국가적 긴급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정부는 비대해지고 있다.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고 정부사무실이 생겼으며 예산도 늘고 있다.
이같은 조치들은 환원되는게 힘든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런 결과는 정부가 위기상황에서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적극 개입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쟁이나 경제부양책 등은 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복잡하다.
적극적인 정부가 기회주의자들을 끌어들인다.
기회주의자들에게 국가적 재난은 '기회'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역사는 이런 무지가 얼마나 큰 해악을 가져오는지 가르쳐 준다.
대공황을 생각해 보자.
수십년간 농업보조금을 받아 왔던 농업계는 당시 조직적인 로비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자금지원을 따냈다.
이때 제정된 농업지원법은 '국가적 비상사태를 벗어나기 위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농업은 여전히 사회의 다른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지출이 미국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던 세계 2차대전 때는 거의 모든 이익단체가 정부예산에 매달렸다.
전쟁과는 동떨어진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내무부조차 '필수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위해 더 많은 예산과 인원배정을 요구했다.
이보다 작은 위기도 기회주의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특히 기회주의적인 국제통화기금(IMF)이 전형적인 사례다.
IMF는 지난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기관은 세계전쟁 이후 고정환율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 단기 대부를 제공해 주는게 임무였다.
하지만 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종식을 선언했다.
이것은 IMF의 임무가 끝났음을 의미했다.
이때부터 IMF는 모든 위기를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이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70년대의 석유파동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유가급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국가들에 단기자금을 제공했던 것이다.
지난 75년 IMF의 대부실적은 70년보다 두 배로 뛰었고 82년에는 75년보다 58% 증가했다.
지난 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IMF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이 전성기를 맞았다.
멕시코가 외채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채권기관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IMF가 개입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이 기관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이론적 근거를 내세웠다.
그는 IMF내 미국 지분을 높이기 위해 미 의원 4백35명중 4백명을 만났던 사람이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IMF는 외형적으로 27% 성장했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IMF가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지난 9월18일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은 IMF의 호르스트 쾰러 총재와 만나 긴급 자금수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미국의 뒤에 서지 않는 나라들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도 검토했다.
최근 잇단 위기상황은 항공사에 대한 구제금융이나 백신의 국가공급 등 편협한 기회주의가 득세하게 만들었다.
비용은 1천억달러에 달한다.
기회주의는 이데올로기도 조작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53%가 정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35%였다.
단 37%만이 정부가 소수 거대 이익단체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6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이를지 모른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대가 돌아오면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는게 좀더 쉬워질 것이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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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티브 행크 미 존스홉킨스대 응용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