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깊어져서일까. 고독해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얼마 전 너무나 다복해 보이는 한 부인을 만났다. 결혼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침에 눈을 떠서 아내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는 남편이 있음에도 그 부인은 쓸쓸해 했다. 먼 창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고독해" 하는 것을 들었다. 그 부인의 고독은 인간이기에 느껴야하는 '절대적 고독'이었을까. 그에 반해 내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가족이나 연인,직장동료 등으로부터 생기는 '상대적 고독'도 있다. 나 역시 그러했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인데 내 마음을 너무도 몰라주는 직장동료 때문에 요 며칠 고독했었다. 비록 씁쓸하긴 하지만,고독은 꼭 필요한 감정이라는 생각이다. 절대 고독이건,상대 고독이건 '고독' 때문에 가라앉을 일이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들뜨고 산만하게 살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요즈음의 나를 침잠시켜주는 것은 '필드의 고독'이다. 비록 세 명의 동반자가 함께 걷지만 실은 그들 때문에 외롭다. 세 명의 볼은 코스 따라 빨랫줄처럼 잘도 나아가는 데 내 볼만 혼자 OB말뚝 건너편에 있을 때,동반자들이 편평한 페어웨이를 걸어가는 동안 혼자 볼 찾으러 산을 타고 있을 때,스코어 카드에 모두 파(par) 표시인 '0'이 그려져 있을 때,나 혼자 더블보기표시인 오리모양의 '2'가 노니는 걸 봐야 할 때…. 그들 때문에 고독해지는 상대 고독의 순간이다. 그리고 절대 고독의 순간도 있다. 나 혼자서 계획하고,나 혼자서 샷하고,나 혼자서 희망도 얻었다가 체념도 했다가…. 그린 위에 올라서서 지난 한 홀을 뒤돌아볼 때 드는 싸한 마음,그리고 멀리까지 조망되는 홀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마음…. 18홀을 웃고 떠들며 즐겁게 거닐지만 그 깊은 바닥으로는 고독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듯하다. 골퍼들이 라운드 후 19홀에서 술을 마시는 이유,18홀 내내 그들이 너무 고독했기 때문은 아닐까.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