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과학자] (6) 성균관大 서연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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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의대 서연수(43)교수는 국내 기초 생명공학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인물이다.
진핵 생명체의 유전자(DNA) 복제 메커니즘 중 해명되지 않고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중요한 과정을 세계 최초로 정확히 규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 성과를 인정받기까지 과정은 치열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서 교수가 연구성과를 "네이처"지에 보낸 시점은 지난해 11월.
통상 1~2개월이면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잡지에 글이 실리지만 이번 논문은 무려 9개월이 걸렸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논문 심사위원 3명 중 2명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 심사위원은 'DNA 복제 과정에서 중요한 효소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훌륭한 논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주디 캠벨 칼텍대 교수였다.
"캠벨 박사는 많은 이유를 대며 연구 결과를 폄하했습니다.심지어 '대다수 실험이 모델의 잘못을 입증하기보다는 모델을 옹호하기 위해 꿰맞춰졌다'고 엉뚱한 이유까지 들이댔습니다.세상에 자신의 가설을 부정하기 위해 실험하는 과학자가 있을까요"
서 교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전에도 연구성과를 싣기 위해 여러 학술지에 게재 요청을 해봤지만 캠벨 박사측의 방해로 좌절당한 경험이 있었다.
캠벨 박사가 집요하게 방해한 이유는 서 교수의 논문이 공인받으면 자신의 연구 업적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었다.
"캠벨 박사의 저지를 뚫기 위해서 그의 주장을 연구팀에 그대로 공개하고 하나하나 비판하면서 연구원들과 대책을 마련했습니다.네이처지에 캠벨 박사를 평가단에서 제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이 분야의 저명한 다른 학자에게 논문을 평가받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이례적으로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결국 추가로 선정된 심사위원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렸던 이전 두 심사위원과 의견이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 심사위원은 '(캠벨 박사의 평가는)지나친 혹평이고 연구 결과의 중요성에 대해 적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데 실패했다'며 서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서 교수팀은 생명체가 유전정보를 다음 세대에 넘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DNA 복제 과정에서 'Dna2'라는 효소의 성질과 역할을 밝혀냈다.
유전자 복제시 오카자키 단편(DNA의 방향성으로 인해 DNA 복제시 생기는 중간체 산물인 짧은 DNA)의 끝에 유전자 합성을 시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리보 핵산(RNA)이 존재하고 이들이 제거돼야 비로소 DNA 복제가 완성된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Fen1'이라는 핵산 분해 효소가 RNA를 제거하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그러나 Dna2가 오카자키 단편 대사에 관여한다는 증거를 서 교수팀이 확보하고 후속 연구를 통해 새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 이론을 대체하는 것이어서 DNA 복제 연구에 획기적인 공헌을 하게 됐다.
Dna2는 암세포와 같이 분열하는 세포에만 특이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Dna2 작용을 저해하는 약물을 만들어내면 암세포만 파괴하는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었다.
"추가 연구로 세포분열 과정에서 DNA 복제 조절과정을 규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세포분열 조절과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기초 연구 분야는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획기적인 발명품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