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벤처와 지자체의 만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금이 필요없는 도시.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결제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도시'
성남시가 내년초 도시 전체에 휴대폰 적외선 지불시스템을 전면 도입한다는 소식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벤처업계에 희망을 주고 있다.
휴대폰 적외선 지불시스템은 하렉스 인포텍이라는 벤처기업의 기술이다.성남 시민의 생활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벤처기업으로부터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인 일이다.그동안 벤처기업은 어렵게 기술을 개발해도 지자체 등의 반응이 냉담해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공무원들의 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할 정도다.
벤처기업 기술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지자체가 열어준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렉스 인포텍도 세계 무대로의 진출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처업계는 성남시의 모델이 전국 지자체로 이어지길 바라는 눈치다.
물론 성남시로서는 큰 '도박'일 수도 있다.
시민들이 휴대폰 적외선 지불시스템을 외면하거나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성남시도 잘 알고 있다.
오랜 검토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점에서도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김병량 성남시장은 "전자화폐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다가 하렉스 인포텍의 얘기를 들었다.
인프라 비용과 파급효과 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휴대폰 적외선 지불시스템을 선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김 시장의 의지는 확고하다.성남시를 '디지털 도시'로 만들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성남시는 우선 청사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 뒤 도시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부산 등 다른 도시들도 성남시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성남시가 성공적으로 운영할 경우 이 시스템을 바로 받아들일 태세다.각 도시별로 준비중인 교통카드나 전자화폐 등은 호환성이 없어 다른 도시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쳐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과 지자체의 만남이 한국 정보산업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이어지도록 박수를 보낼 때다.
김문권 벤처중기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