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한국 증시가 외국인 손아귀에 들어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대해선 왕창왕창 주식을 사들여 이들 종목을 거의 매점매석한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주가 변동성도 크게 높아졌다. 외국인이 조금만 사도 해당종목과 주가지수가 뜀박질을 하고 반대로 조금 팔면 주가는 크게 밀리는 구조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부화뇌동식의 추격매수보다는 조정기를 이용해 금융 통신주에 대한 길목지키기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외국인 나홀로 장세=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거래소시장에서만 7조2천2백6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서는 매수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6일 3천4백1억원의 순매수까지 포함하면 이달 들어 나흘 동안의 순매수 규모가 6천7백71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환매에 시달리는 국내 기관과 주가 급등에 부담을 느낀 개인은 외국인의 매수 행진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블루칩 위주로 가격이 오르다보니 '먹은 게 없다'는 상대적인 소외감도 커졌다. '쥐락펴락'하는 외국인의 요리 솜씨는 선물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전날 7천1백계약 이상의 매수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날 한때 7천계약 이상을 내다 팔며 715포인트까지 올랐던 지수를 끌어내렸다. 장중 고점과 저점 간의 차이가 37.12포인트를 기록할 정도로 롤러 코스터를 탄 이날 주가는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선물시장에서의 변화무쌍한 외국인 매매패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은 이날 장중 한때 선물을 8천계약 가까이 순매도했다가 다시 4천계약 정도를 사들이는 변덕을 부렸다. ◇가벼워진 대형주=외국인은 국내 핵심 블루칩의 수급상황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60.00%를 기록해 연초보다 5.65%포인트 높아졌다. SK텔레콤 47.59%,국민은행 70.99%,포항제철 61.57% 등 주요 업종 대표주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지난 98∼99년 대세 상승장보다 오히려 블루칩의 유통물량이 20%는 줄어든 느낌(SK투신운용 장동헌 주식운용본부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수에 대한 영향력이 큰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물량이 대부분 외국인 및 대주주·특수관계인의 주머니에 잠겨버린 상태에서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격감해 그만큼 이들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16.4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닷새 만에 30.95%나 오를 만큼 가벼워진 것도 반도체 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수급 요인의 영향이 컸다. 대한투신운용 김우식 펀드매니저는 "수급에 의한 블루칩 가격의 오버슈팅(over-shooting)이기 때문에 주가 상승폭을 쉽게 예단할 수 없다"며 "기관들도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형주에 대한 매매는 극히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대안은=주가가 참고 기다리기 힘든 수준으로 급등했지만 개인의 추격 매수 양상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외국인 매수세를 등에 업은 블루칩만의 독주이다보니 개인의 시장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한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가 어느 정도 주춤해져야 개인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일단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은행 증권 등 금융주에 대한 길목 지키기가 유망하다고 권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주가의 단기 과열이 해소되는 국면에서 은행·증권주와 기관이 선호하는 중저가 대형주가 다음 시세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