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등장시킨 우화형식의 경제경영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2년째 베스트셀러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비롯 '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내 버터는 어디로 가버렸지?'등 스피드시대의 변화지침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게으름뱅이의 대명사인 나무늘보가 나타났다. '나무늘보는 변할 수 있을까'(아아굿트 혼다 지음,양억관 옮김,국일미디어,7천원). 비즈니스맨의 변화에 대응하는 위기관리법과 CEO들의 경영전략 활용법,일반인들의 세상사는 지혜를 한 곳에 응축시킨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철학자이자 경영컨설턴트. 나무늘보는 하루 대부분을 나무에 붙어 꼼짝도 않으면서 열여덟시간이나 자는 느림보다. 어둠이 깔리면 잠시 깨어나 나뭇잎이나 꽃을 따먹고 또 존다. 발가락 세개에 달린 발톱으로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거꾸로 매달려 있을 뿐. 그러다 발톱 힘이 약해져서 나무로부터 떨어지면 다시 나무에 오르기 힘들어진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천적인 독수리가 기습해온다. 그러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숙명으로 알던 나무늘보들에게 어느날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추장인 크라테스가 6가지 물음을 남긴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60마리의 나무늘보는 답을 찾아 끙끙대며 회의를 거듭했지만 분파만 생긴다. 오랜 관습을 지키려는 연장자 그룹,몸을 단련시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변화를 이끌려는 젊은 액터 그룹,합창연습으로 다양한 즐거움을 꾀하는 포잇그룹… 여기서 눈길을 끄는 그룹은 액터가 이끄는 비행훈련단이다. 그들은 새처럼 날기 위해 커다란 이파리 두장을 양쪽 손톱 사이에 끼고 특별훈련을 거듭한다. 15마리가 시작해서 끝까지 도전하고 변화를 주도한 나무늘보는 2마리. 이들은 결국 진화를 위한 6가지 문답을 깨닫게 된다. '변화할 수 있느냐''어떻게 해야 지금보다 더 만족할 수 있는가''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가''그런 정열을 내일도 가질 수 있나''무엇을 위해 사는가''지금 행복한가,그리고 변화했는가'의 열쇠가 바로 그것이다. 동물의 세계가 어쩌면 인간세상과 이리 닮았는지,한참 웃다가 가끔 찡해진다. 그들의 발상전환과 희망찾기 과정도 기발하고 감동적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삶에 대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이 무서울 정도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늦는다. 그래서 이들은 변화를 스스로 이끌어가는 주도전략을 갖추라고 권한다. 어차피 인생은 적극적으로 일궈나가야지 마냥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