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6:22
수정2006.04.02 06:25
양곡유통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정부의 추곡수매가 동결결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양곡유통위가 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업에 대해 난상토론 끝에 내린 수매가 4∼5% 인하건의를 무시했다는 이유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의미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사의표명을 한 숫자는 20명 위원들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농업문제가 또다시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양곡유통위의 준엄한 경고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거의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양공유통위의 수매가 인하 건의나 정부의 수매가 동결 조치와는 관계없이, 국회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수매가가 소폭이나마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당국도 가격지지를 통한 쌀증산 정책을 더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 농가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갑자기 수매가를 인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정부입장에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상황이 이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책임은 다름아닌 농림부에 있다는 점이다.
모든 농산물 수입제한을 없애고 관세화한다는 대원칙이 이미 10여년 전에 통보됐고,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잘 알면서도 관세화 시한이 코앞에 닥친 지금까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아무 대책 없이 쌀증산 정책을 지속해오다 이제와서 갑자기 품질위주로 정책을 바꾼다니 농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농업경쟁력을 강화한다며 농특세까지 걷어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결과에 대해 어떤 해명도 없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으니 더욱 한심하다.
그동안 쌀수급과 가격조정을 책임져온 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굳이 양정대전환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제 남은 길은 시장자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수매가 인하외에 양곡유통위가 건의한 쌀생산량 조절과 민간유통기능 활성화 등을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며 장기과제로 돌린 것을 보면 농림부가 아직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농림부는 당장 현실을 직시하도록 정치권을 설득하는데 앞장서는 한편, 관세화 유예시한인 오는 2004년까지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서둘러야 마땅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여야도 내년 선거를 의식한 나머지 추곡수매가 인하를 포함한 양정전환을 또다시 내년 이후로 미뤄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